‘작지만 큰 세상’ 우표박람회

김경은 편집위원
2015.10.06

우취인의 축제인 ‘2015 대한민국 우표전시회’가 오는 10월 2일부터 8일까지 대전광역시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열린다. 올해로 56회째를 맞는 행사다. 대한민국 우표전시회는 국내에서 국제우표전시회가 열리던 해(1984년, 1994년, 2002년, 2014년-세계우표전시회, 2009년-아시아 국제우표전시회)를 제외하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열렸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얘기다. 그뿐 아니다. 2013년까지 55차례나 열렸지만 한 번도 지방에서 열린 적이 없다. 그만큼 권위가 높은 국가 공식 행사다.

정부가 우표전시회를 주관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우표가 국가 이미지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상징적 대상물인 자연과 역사, 사회, 문화는 시대적 사실자료다. 이 때문에 교육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 가치는 극적인 역사적 장면에서 또렷해진다. 갑신정변으로 열흘 만에 발행 중지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1884년·문위우표), 제작기술이 없어 일본우표에 ‘조선’이라는 도장이 찍힌 광복 직후의 우표, 6·25 당시 북한 인민군이 우리나라를 점령했을 때 우리 우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도장이 찍힌 우표,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올림픽과 월드컵 기념우표 등 그 사례는 무수히 많다.

우표는 당연히 시대의 이슈와 트렌드도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효조, 최동원, 싸이 등 대중스타는 물론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가 우표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런 역사 속의 우표에는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담기는 게 보통이다. 또 최고의 디자인과 인쇄기술이 적용된다. 그래서 우표를 알면 역사적 안목과 문화적 지성, 예술적 감각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지난해 8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린 2014년 필라코리아 국제우표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는 관객들. / 우정사업본부제공

지난해 8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린 2014년 필라코리아 국제우표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는 관객들. / 우정사업본부제공

우표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한 표현은 ‘작지만 큰 세상’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SNS 세상에서 우표는 그 속도감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가 스스로 디자인한 ‘나만의 우표’, 동영상을 첨부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NFC(근거리무선통신) 우표’, 가격 변화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영원 우표’ 발행을 통해 변화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지방에서 처음 열리는 올해 전시회의 주제는 ‘과학도시 대전, 내일의 우표에 말을 걸다’이다. 총알보다 빠른 변화 속에서도 우표의 고유 가치를 지키면서 미래의 가치를 확대재생산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우표전시회에는 각 지역 출품작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에는 490개 작품 1000개 틀을 전시한다.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은 전통우취 부문에 출품한 한철규씨(한국전통우취회)의 ‘대한민국 우체사’가 차지했다. 국무총리상은 전통우취 부문에 출품한 남상욱씨(대한우표회)의 ‘대한민국 제1차 보통우표’가 선정됐다.

최우수작 ‘대한민국 우체사’는 1897년부터 1910년까지 대한제국 시대에 통용된 우표가 붙고 당시 22개 우체국(우체사) 소인이 찍힌 우편물이 포함돼 있다. 심사위원들은 “2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통용된 우표에는 ‘독수리 보통우표’, ‘어극 40주년 우표’ 등이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색다른 주목을 받는 전시관은 ‘디지털우표관’과 ‘아날로그우표관’이다. 디지털우표관에는 우표의 미래 여정을, 아날로그우표관에는 우표의 과거의 흔적을 새길 예정이다. 디지털우표관에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만든 동영상 ‘우표는 살아 있다’를 상영하고, NFC를 이용한 다양한 우표를 전시한다. 아날로그우표관에는 옛날 우표 및 우표 원화·원도와 우표 제작과정에 담기 이야기를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 준비 책임을 맡고 있는 김성태 한국우편사업진흥원 과장은 “우표를 통해 사라져가는 소통의 가치를 느끼고, 우표문화 콘텐츠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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