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경제발전 주역 우표

김경은 편집위원
2015.09.08

지난달 일본을 다녀왔다. 오사카 기업가 뮤지엄도 둘러봤다. 이 뮤지엄은 일본 산업을 육성하고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한 오사카 출신 기업가 105명을 소개한 인물박물관이다. 전시공간에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파나소닉),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닛신식품), 샤프의 신화를 만든 하야가와 도쿠지(샤프) 등 귀에 익은 기업가들도 적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오사카는 ‘일본의 부엌’으로 불렸다. 일본 산업의 중심기지라는 얘기다. 이를 지탱한 것은 오사카 상인이다. 오사카 상인은 “목숨을 걸고 노렌(점포의 깃발=신용)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사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이 오사카 상인 정신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오사카 상인은 산업의 선각자로 변모했다. 상인의 신용에 기업가 정신을 접목했다. 강한 신념, 풍부한 발상, 직관력, 선견지명, 독창적인 착안, 집요한 연구, 투철한 의지 등이 더해진 것이다. 오사카의 상인 정신은 곧 일본 기업가 정신의 기초가 됐다.

역사적 인물을 박물관 소재로 사용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이 기업가라는 사실에 신선함을 느꼈다. 한국에서 기업가와 재벌을 냉소적으로 쳐다보는 분위기가 클로즈업됐다. 소박하기 짝이 없는 박물관이었지만 관람을 마친 뒤 새삼스럽게 일본의 저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우정사업본부는 8월 26일 고 이병철 삼성전자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디자인한 ‘현대 한국 인물’ 시리즈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는 8월 26일 고 이병철 삼성전자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디자인한 ‘현대 한국 인물’ 시리즈 우표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일본은 20년 동안 성장이 멈춰졌다. 일본의 침몰은 화두가 됐다.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구조적인 수요 부족으로 성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물박물관을 본 뒤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선대의 기업 영웅을 기리고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는 풍토와 문화가 살아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풍토와 문화는 곧 미래를 선도할 기업인과 혁신적 기술, 창의적 제품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기업 영웅에 대한 관심을 아예 갖지 않았다. 그럴 만한 시대적·사회적 배경이 있다. 기업인들이 국민의 스타가 되기에는 도덕적 결함을 지녔다.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갖추지 못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조선·반도체·정유·전자·자동차 등 세계의 기간산업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과 기업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한국 경제를 주도한 창업 1세대의 도전의식과 개척정신이 없었다면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정책도 헛수고가 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 기업인을 평가한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나라”라고 칭찬하면서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제외한다면 20세기 역사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한국 기업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현대 한국을 이끈 경제 주역의 귀중한 가치와 삶을 담아낸 우표를 8월 26일 발행했다. 주인공은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다. 두 경제인의 생전 모습과 함께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병철 회장의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기업인으로서의 철학을 문구로 담았다.

정주영 전 회장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조선과 자동차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했다. 이병철 전 회장은 과감한 반도체 투자 등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국가경제 성장 및 고용창출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2013년 스포츠계에서 야구인 장효조, 최동원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문학계 민족시인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를 모델로 한 ‘현대 한국 인물’ 우표를 발행해 왔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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