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제1야당 상품 마케팅 그동안 너무 못했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사진·권호욱 선임기자
2015.08.11

“약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부패를 척결하겠다” 등 온갖 정의로운 구호와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박수를 받기는커녕 ‘봉숭아학당’으로 비난을 받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빛이 최근 달라졌다.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거나 당 안팎의 변화를 보여서가 아니라 ‘셀프디스’ 등 반성문을 선보이고부터다.

문재인 대표의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 의원들의 단점을 먼저 부각시킨 새로운 홍보문안을 만들어 새정련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게 한 이는 홍보위원장 손혜원씨다. 크로스포인트란 회사를 운영하며 ‘참이슬’ ‘처음처럼’ ‘종가집 김치’ ‘이니스프리’ ‘힐스테이트’ 등 소주에서 고급아파트까지 네이밍과 브랜딩 전력을 펼쳐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손씨는 “이제 기업이 아닌 정당을 확 바꾸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매일 각종 회의로 정신이 없는 그를 국회 새정련 홍보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제1야당 상품 마케팅 그동안 너무 못했다”

7월 6일 홍보위원장에 취임해 13일 만에 ‘셀프디스’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며칠 동안 관련기사만 수백개이던데,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요.
“홍보업무란 대중이나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이 정도 하찮은 일로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는 정당인도 아니고 이름을 제대로 아는 현역 국회의원도 10여명이 안 됩니다. 아무 편견없이 겁없이 들어와 일합니다. 월급 한푼 안 받으니 주위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휘둘릴 일도 없고요. 다만 홍보위원장의 역할은 당 안에서 무슨 일을 하건 ‘끈’은 대중과 연결돼야 합니다.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대중의 마음을 읽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전하려는 것이 제 의도였는데 적중한 것 같습니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분석할 때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파악한 후에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가리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새정련은 단점은 매일 노출되면서 정작 장점은 아무도 보려고 하지도 않고 자신들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사 반성도 하면서 장점을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장점이 뭔가요. 대중들에게는 매일 친노·비노·반노가 패거리 정치를 하거나 무슨 일만 생기면 여당 비판 논평만 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데요. 또 선당후사를 강조하지만 다 공천에만 관심이 있어 보이는데요.
“건국 이후 야당이 여당을 꾸준히 견제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원로 의원들이나 정치인들 가운데 민주주의의 산 증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 개인의 역사와 정치인생이 너무 빛 바래고 왜곡돼 있어요.”

손 위원장이 주도한 셀프디스는 속시원하다, 재미있다란 평도 들었지만 일부에서는 결국 자기 칭찬에 변명, 심지어 한 보수논객은 칼럼에서 ‘자학개그’란 표현까지 했더군요. 문 대표도 카리스마가 없는 이유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습관 때문이라고 더 길게 변명을 하니 그런 오해도 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정치인과 홍보맨이 왜 국민을 상대로 개그를 하겠어요. 당연히 셀프디스의 목적은 우리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진정성을 갖고 반성과 사과를 한 후에 이제는 제대로 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이 ‘반성’을 통해 단점을 고백한 후에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장점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물론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우리 새정련 당원들이 자기 점검을 하고 각자의 장점을 파악한 후에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선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도 ‘성남 시민만 챙겨 죄송합니다’가 헤드카피입니다. 이 시장은 ‘내년 총선에 안 나오기에 당을 돕거나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저를 시장으로 뽑아준 성남시민과의 약속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매일 한 분씩 인터뷰를 하면서 장점을 정확히 파악해 띄워드리고 싶습니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국정원 선거 개입을 비롯해 온갖 실수를 저질러 밥상을 차려줘도 새정련이 숟가락조차 못 든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새정련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요.
“모두 전사고 투사더군요. 한도 많고 적도 많아서 울분에 차 있으니 누가 가까이 가고 싶겠습니까. 불편하고 불안한데 말입니다. 또 상대편 것을 빼앗아야 승자가 된다는 프레임에 너무 갇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셀프디스 프로젝트 이후 여러 매체에 인터뷰를 하는데, 종편에도 전화 인터뷰 등에 응합니다. 그랬더니 몇몇 의원들이 ‘그런 쓰레기 같은 종편에 왜 나가냐’는 말씀을 하더군요. 저도 바빠서 종편을 안봅니다. 그런데 친정에 가면 제 어머니가 하루 종일 종편을 틀어놓고 ‘얘야, 저 종편 없었으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다’라고 하시더군요. 노인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설사 우리 당을 ‘쓰레기정당’이라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 아닐까요. ‘종편은 자기들 마음대로 지어서 이야기하고 우리당을 욕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우리 목소리를 내고 편파보도를 못하게 우리 주장을 전해야 합니다. 제가 매우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고 참을성도 없는 편인데, 홍보위원장을 맡아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회의에 참석하면서 참 많이 착해지고 참게 됐답니다.(웃음) 올해 환갑인데 제 나이가 누굴 야단칠 수도 있는 나이이고, 참을성도 커진 나이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제1야당 상품 마케팅 그동안 너무 못했다”

좀 질문이 늦었지만 왜 돈도 안 받고 새정련 일을 돕습니까. 문재인 대표와 인연이 깊습니까.
“새정련과의 인연을 굳이 밝히자면 제 남편과 고 김근태 의원이 대학동창입니다. 남편이 저한테 ‘내 친구 근태를 좀 도와달라’고 해서 김 의원 후원회에 나가는 책자 만드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 책 만드는 걸 담당한 사람이 유은혜 의원이고, 그 책 만들면서 진보진영에 계신 분들의 삽화와 글을 보게 됐습니다. 결정적 동기는 지난 대통령 선거입니다. 그 무렵 국정원 사건이 터져 상승세를 보이던 문재인 후보가 마지막에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당시엔 국정원 개입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마치 새정련에서 박근혜 후보나 정부에 트집을 잡거나 어린 국정원 여직원을 괴롭힌 듯한 모습만 부각됐죠. 그게 너무 안타까왔습니다. 제대로 전략을 짜고 올바르게 홍보를 했다면 분명히 이길 선거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대선 때 돕고 싶었는데 기회가 너무 빨리 온 거죠. 저는 새정련에서 물이나 공기의 역할을 합니다. 제가 돋보여서는 안 되고 당원들이 각자의 빛깔을 찾아야 하는데, 어쩌다 제가 먼저 홍보가 됐습니다. 우선은 정당의 장점을 찾아 격려를 하고, 지지율을 올려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프로는 실패를 하면 안 됩니다. 저는 무보수로 일하는데 돈받고 하는 것보다 더 부담이 큽니다.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제 모든 것을 걸고 하기에 대충 할 수가 없습니다.”

새정련 홍보위원장을 맡는데 가족이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제 주변의 95%가 반대했습니다. 비교적 보수성향, 새누리 지지층이거든요. 김종인 박사에게 새정련에 간다고 하니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손 사장이 그 재능을 나라를 위해 쓸 때가 됐다’고만 하셨어요. 새정련에서 뜻을 같이 할 분도 아닌데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친한 후배에게 ‘(새정련에) 잘 가는 걸까’라고 물었더니 ‘잘하시면 잘 간 걸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그게 정답일 겁니다.”

새정련에서 일하는 것을 격려해주는 이들도 많지 않나요. 덕담으로라도….
“지인들에게 농담반 진담반 ‘나라를 구하러 갔다’고 말했습니다. 저를 잘 아는 기업 회장이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이 하면 뭔가 해낼 거다’라고 말씀하셨다기에 힘을 얻었습니다. 저를 그만큼 믿어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제가 ‘참이슬’의 네이밍과 브랜딩을 한 후 두산의 일을 맡게 되었는데, 참이슬 담당자가 ‘두산은 안 무서운데 사장님은 무섭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처음처럼’이 나중에 참이슬의 마켓셰어를 반 이상 빼앗아 왔죠. 제 주변의 보수층들도 제가 새정련에 왔다는 것만으로 2번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평생 1번만 찍던 제 남편도 2번을 찍어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고요. 저는 새누리당 비난을 하지 않고 우리 당의 이야기만 해서도 대중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네이밍을 하려면 상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정치의 본질을 알아야 정당 홍보도 가능할 텐데요.
“그게 참 어렵더군요. 사전을 찾아봐도, 정치인들을 봐도 모호하기만 합디다. 사전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표현돼 있더군요. 결국 공공의 힘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쓰는 것,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정치라면 제가 38년 동안 해온 일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우리 당의 경우 항상 새누리당의 잘못이나 대통령을 지적할 뿐 우리 지지율이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었어요. 개인으로는 정말 장점이 많고 제1야당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정작 상품 마케팅을 너무 못해 답답했습니다.”

이번 새정련 혁신위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시점에 나올 이야기는 아닙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전혀 모르나 봅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야 합니다.”

일이나 취미 등 한 번 빠지면 목숨을 거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나전칠기에 매료돼 전 재산을 투자했다던데요.
“2006년 경남 통영시와 작업을 하다 나전칠기의 대가 송방웅 선생 작품을 구경했습니다. 경이롭게도 나전칠기 하나하나가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전국 곳곳의 나전칠기 소반과 장롱 문갑 300점 이상을 사들였죠. 10여년에 걸쳐 크로스포인트에서 번 돈 70억원을 거의 다 쏟아부었습니다. 2012년에는 나전칠기를 필두로 전통공예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각종 생활용품으로 만들어내는 하이핸드(High Hand)를 창업했죠. 돈을 바라보고 시작한 일이 아니어서 돈이 얼마 들어가도 쏟아붓겠다는 각오였는데, 다행히 시장의 호응이 좋아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었어요. 밀라노에서 한국공예전을 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설득해 2013년 세계 디자인 엑스포격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을 열게 됐습니다. 전 재산을 투자했고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얻은 것이 너무 풍성합니다. 최근에 런던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아티스트가 고가의 나전칠기 작품을 두 점 구입했습니다. 너무 홍보 같아서 실명을 밝힐 수가 없지만 10여년의 나전칠기 사랑이 인정을 받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가끔 정치인들은 당을 바꿉니다. 손 대표도 ‘참이슬’을 네이밍했지만 경쟁사에서 ‘처음처럼’을 만들었습니다. 혹시 다음에는 새누리당을 도울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 일은 제 개인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 저는 그저 새정련을 제대로 된 야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돕고 국민이 사랑하는 당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가 명성을 얻게 되고 각 브랜드를 키운 힘이 뭔지 압니까. 철학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상품이나 사람의 본질을 찾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드는 노하우를 38년 동안 익혔습니다. 그 기술을 이제 새정련에 제대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참이슬에서 처음처럼으로 옮기기까지 8년이 걸렸는데, 8년 후에 저는 너무 나이가 많습니다. 내년 총선 이후에는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한류로 발전시키는 일에만 매진할 겁니다. ”

그 엄혹한 독재, 군사정부 시절에도 야당의 투쟁과 피눈물이 있었기에 이제 우리는 그나마 자유를 구가하고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자랑거리와 유산은 창고에 가둬두고 왜 현관 앞에서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을까. 하긴 그동안 한심한 정치인들이 국민 속을 썩여 소주 소비량이 늘어났으니 손 대표도 정당에 보답할 이유는 있지 않을까….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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