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 “박근혜 세금정책은 1% 재벌만을 위한 정책”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
2015.02.10

연말정산 파문에 민심이 들끓고 있다. 친구들과 마신 맥주 값도 손이 떨려 구두끈을 천천히 매던 월급쟁이들이 분노했다. 세금에 대한 분노는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금가게 했다. 뿐인가. 연말정산 파문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철회, 건보료 개혁안 폐기까지 갈팡질팡하는 정부 정책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는 이들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제정책통이자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을 만나 세금 이야기를 물었다.

국회의원도 월급쟁이죠? 연말정산은 했습니까.
“예. 저도 이번에 많이 토해내야 합니다.”

세금은 국민들, 특히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월급소득자들에게는 가장 예민한 부분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지난해 1월 1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245대 6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던 여야가 이제 와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딴소리를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습니다.
“2013년 국회 세법 심의과정에서 정부는 지금 문제되고 있는 연말정산 결과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세법을 개정할 때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세수를 추계한 자료를 제공해서 검증을 받는데, 당시엔 ‘5500만원 이하 서민 중산층의 연말정산액은 오히려 올라갈 것이다, 5500만~7000만원의 중산층 소득자들은 늘어봐야 2만~3만원 정도밖에 늘지 않는다, 7000만원 이상의 고위소득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었더니 그때 얘기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튀어나온 겁니다. 두 가지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지난 2013년 세제개편 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수추계를 엉망진창으로 했든지, 아니면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증세 의도를 숨기려고 국회와 국민을 기망한 것이었든지. 저희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밀한 검증과 조사청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윤호중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 “박근혜 세금정책은 1% 재벌만을 위한 정책”

당시엔 이번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군요.
“그렇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우리에게 보여준 자료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소득공제 부분을 다룬 속기록은 길지 않아요. 본회의에선 짧게 끝났죠. 조세소위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논쟁이 길게 이어졌어요. 당시 우리가 주장한 것은 재벌과 대기업의 법인세를 22%로 줄여준 것을 25%로 환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인세는 최대 세율이 22%라고 해도 대기업과 재벌의 경우 각종 공제를 많이 받아서 실상은 15~16% 정도거든요. 부자증세를 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면 안 된다고 거듭 주장했죠.”

그런데 왜 제1야당의 의견이 안 받아들여졌나요.
“세법은 예산 부수법안이라 먼저 합의해서 같이 처리해야 예산안이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정부가 낸 안에 수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정부가 동의하면 개정이 이뤄지죠. 수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버텼다가 자칫 예산안을 연내에 안 넘겼다는 비난을 야당이 혼자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도 컸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 책임입니다.”

너무 대통령 탓만 하는 건 아닌가요.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증세 없는 복지 실현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건 그 어느 선진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제 개편안 국회 제출 전에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법인세율 인상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게 가이드라인이 된 겁니다. 2013년 가을에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회동한 자리에서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했지만 여당 측은 ‘특히 법인세율 인하 부분은 절대 철회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우리 대통령은 성역이고 정부 각료나 여당 누구도 항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꼼수증세가 탄생한 겁니다.”

꼼수증세가 뭔가요.
“누더기 같은 세법을 만들었어요.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8월 7일쯤 발표했는데 그걸 만들 때 예산이 느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닌 척한 겁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기업들에 대한 조세감면 제도가 너무 대기업과 재벌 위주라는 것입니다. 대기업 같은 경우 고용창출이나 연구개발비 등 투자에 대한 비용은 세금을 많이 공제해줍니다. 물론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눠 각각 비율이 다릅니다. 의제매입세라고 음식점이나 중고품거래상에서도 농산물을 재료로 구입하면 농산물을 산 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농산물 구입은 영수증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부가세 영수증도 받기 어렵습니다. 또 대기업은 세금부담이 늘어도 감당할 여력이 많지만 중소기업은 세금이 늘면 당장 투자가 위축됩니다.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에겐 치명타가 됩니다. 거기에 더해 봉급생활자들은 연말정산이 바뀌어 세금을 많이 내면 결국 소득이 줄어든 셈이죠. 그뿐인가요. 담뱃값 인상도 결국 증세 수단 아닙니까.”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갖고 연말정산 대란에 대한 수습책으로 소급입법 방안을 내놨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급입법에 대한 논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국민과 국회에 한 거짓말에 대해서 정부가 명확히 사과하고, 그 거짓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획재정위원회 차원의 청문회가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도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의료비·교육비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던 방식과 공제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자녀나 독신가구에 연말정산 금액이 줄어드는 부분을 조금 조정해보겠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조정으로 현재 발생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올해는 그럭저럭 넘어가도 내년 1월에 다시 폭탄이 터질 겁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윤호중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 “박근혜 세금정책은 1% 재벌만을 위한 정책”

해결방안은 뭔가요.
“서민 중산층에 대한 세금부담이 급작스럽게 늘어난 근원적인 이유를 직시해야 합니다. 정부가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재벌·대기업들의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우리 당의 주장을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서민 중산층에게서 세금을 털어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14년도 세수부족분이 11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4월 정도가 되면 명확한 규모가 확정되겠으나, 이렇게 매년 세수부족분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근본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이번 연말정산 대란에 대한 수습대책을 세우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세금부담 전반에 걸친 근본 대책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논의는 봉급생활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긴급 논의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노총, 납세자연맹 등도 참여시킬 필요가 있고요. 아, 정말 박근혜 정부는 언제까지 재벌과 기업 편만 들 것인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기업 프렌들리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아닌가요.
“물론 그때부터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더 심합니다. 현재 정부가 재추진하는 상속 증여세법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확대방안을 담은 것으로 대한민국 1% 재벌들의 배를 불려주는 법안입니다. 개정안은 공제 대상을 연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기업의 오너가 10년 이상 사업체를 운영해야만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7년으로 줄였습니다. 또한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한도를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죠. 이 같은 법이 통과되면 5년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2일 ‘부자감세’라는 새정치연합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에서 부결됐던 법안인데 정부가 재추진 중입니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국정연설에서 중산층을 살리자고 호소해서 지지율이 치솟았는데 왜 이런 것은 안 배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어느 나라도 재벌이나 부자에 대해 ‘갑’이라는 표현은 안 쓸 겁니다. 윤 의원은 지난 2012년 국내 면세점의 대기업 비율을 줄이고 중견·중소기업의 점유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관세법 개정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이 자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대응문건을 최근 공개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제가 입수한 롯데면세점의 대응문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2013년 1월 관세법 개정 이후 면세점이 중소기업에는 부적합 업종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재부와 관세청·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에 나설 것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천 KTO(한국관광공사 면세점)가 입찰시장에 나온 것과 관련해, 고급 브랜드 등 수입품 소싱전략을 마련하는 등 롯데면세점이 루이비통과 샤넬 같은 고가품의 주문과 수급을 맡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었어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안은 당초 발의 당시 담겨 있던 대기업의 면세점 특허비율 30%가 60% 미만으로 상향조정됐으며, 중견·중소기업 특허비율은 60%에서 20%로 하향됐습니다. 관세법 개정안의 취지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있는데 이번 내부문건을 보면 이 같은 취지를 과연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 공개한 것입니다.”

중국 등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의 성패가 재벌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더군요.
“현재 우리나라 면세점은 신라와 롯데호텔, 즉 삼성과 롯데가 85%를 차지합니다. 거의 독과점 수준이죠. 이들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고급브랜드 등 수입품 소싱전략을 통해 사실상 중소면세점 업체를 지배할 것입니다. 수입품 소싱전략은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돈이 되는 유통부문은 잡겠다는 거죠. 유통을 지배당하면 실제 사업이 종속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등 아무리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수익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서민주거복지특위 간사를 맡게 됐죠? 지난 27일 경실련이 주최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육성 서민주거안정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세입자가 스스로 권리를 장악해 자신의 일들을 정치적인 주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더군요.
“이번에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정책이 발표되는 것을 보고 답답했습니다. 주택을 공급하면 시장이 정상화되고, 거래가 정상화되면 전월세가 풀릴 것이라는 ‘공급 중심의 사고’여서 안타까웠습니다. 한국 사회의 약자는 전월세 세입자예요. 세입자는 2년에 한 번 재계약하고 대부분 전월세 올라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해 이사할 수밖에 없는 등 어느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수 없는 구조가 됐죠. 결국 세입자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정치적 목소리도 내지 않고 심지어 선거에 무관심한 계층이 됐습니다. 이제라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장악해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서민주거복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세입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갈 것입니다.”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지만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 지지율도 비슷합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없습니까.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임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흡수하고 받아들이지 못해서라는 것, 잘 압니다. 무엇보다 자기혁신을 하고, 우리 새정치연합을 통해 국민의 의사가 관철된다는 것을 보여줘야죠. 우리도 노력하고 있고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과 함께 ‘사회적 경제기본법’을 공동 발의하는 등 협조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만 잘하시면 됩니다.”

윤 의원은 과외지도하듯 우리가 알게 모르게 얼마나 세금을 뜯기는지(?)를 조근조근 알려줬다. 알면 알수록 속이 시원해지지 않고 오히려 속이 쓰렸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는 것이 세금을 걷는 것’이라는 프랑스 왕정시대 각료의 말을 인용하며 세금을 설명했다. 문제는 거위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마구 깃털을 뽑아댔으면….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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