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올해의 사건

‘정윤회 드라마’

권순철 기자
2014.12.30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다. 미스터리에 싸여 있는 비선실세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 비서관과 행정관들의 암투와 폭로, 반격은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는 조선시대 궁중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정윤회. | 경향신문 자료

정윤회. | 경향신문 자료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은 지난 11월 28일 세계일보의 보도로 촉발됐다. 세계일보는 현 정부 실세로 항간에 회자되어 온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인 ‘비서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외부에서 만나 국정정보를 교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에도 개입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후 언론의 잇따른 추적보도로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직접 지시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승마선수인 정윤회씨 딸에 대한 특혜설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밀실·수첩 인사’와 참모에 불과한 ‘3인방’의 지나친 권력 행사에 대한 의혹도 이어졌다. 검찰은 문건을 작성했던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소환조사했다.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검찰에 출두하며 세상에 얼굴이 알려졌고,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최모 경위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동료를 회유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서 또 한 번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검찰은 정윤회씨와 ‘3인방’의 문체부 간부 등에 대한 인사개입 의혹은 처음부터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는 권력암투설의 실체를 찾기보다는 문서유출 사건에만 집중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박 경정의 작품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태산명동서일필’이 따로 없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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