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 ‘임성한 월드’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2014.10.21

이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임성한 작가의 새 일일드라마 MBC <압구정 백야>는 첫 시작부터 기이하다. 주인공인 백야는 비구니 차림으로, 친구인 육선지와 가영은 각각 한복과 무녀 의상으로 클럽을 찾았다. 클럽 무대에 오른 이들이 옷을 하나씩 벗는 섹시 퍼포먼스로 환호를 이끌어낸다.

지난 10년간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밤>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으로 논란과 비난의 중심에 섰던 임성한 작가는 이번에도 기기묘묘한 소재를 드라마로 끌어왔다. 특히 불교는 임 작가가 애용하는 소재다. <보석비빔밤>에서 벽안의 외국인 스님 카일을 등장시켰고, 카일을 연기했던 마이클 블렁크는 <신기생뎐>에도 잠시 등장했다. <신기생뎐>에서 할머니 귀신, 장군 귀신에 이어 동자 귀신까지 씌여 눈에서 녹색 레이저를 쐈던 임혁은 불교의 힘으로 신병을 이겨냈다. <압구정 백야>에도 축원기도와 3000배가 주인공들의 대사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MBC <압구정 백야> | MBC제공

MBC <압구정 백야> | MBC제공

전작에서 논란이 됐던 소재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은 임성한 작가의 뚝심이다. 특히 개 사랑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주인공들이 무참히 사라져갈 때도 개 ‘떡대’만은 말미까지 오래 생존시켰다. <압구정 백야>에도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개들이 등장했다. 남자주인공 무엄은 애견 ‘왕비’에게 비정상적일 정도의 애정을 쏟고 있다. 무엄은 백야를 개도둑으로 오인하고 다짜고짜 머리채를 잡는다.

천박한 성적 코드도 이어졌다. <오로라 공주>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가슴을 보여주며 “내가 부족해?”라고 외치고, 남편은 대낮부터 젊은 여인과 뜨거운 애정행각을 했다. 이번엔 어떨까. 클럽의 섹시 퍼포먼스에 버금가는 섹시 댄스가 2회에도 등장했다. 육선지가 술에 취해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를 ‘그놈은 멋있다’로 개사해 부르며 춤을 추는데, 카메라는 몸에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엉덩이와 가슴을 짓궂게 쫓았다.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임 작가의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든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당차다 못해 당돌한 여주인공, 비상식적인 부유층 사람들, 무속신앙 등이 그렇다. 특히 시청자를 훈계하는 듯한 대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드라마를 이해 못하는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변명처럼 들린다.

특히 아내의 임무를 남편의 밥상 차리기라고 규정하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백야는 오빠에게 올케를 흉보면서 “일하고 온 사람이 따뜻한 밥을 먹어야지” “찬밥은 주부가 먹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오로라 공주>의 오로라도 올케들에게 “여자가 사랑을 줘야 남자도 사랑을 지속한다” “자기 손으로 남편에게 음식 차려준 적 있냐”며 훈계했었다.

MBC <압구정 백야> | MBC제공

MBC <압구정 백야> | MBC제공

<압구정 백야>는 방송국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라고 스스로 소개하지만, 이보다는 불교와 개, 음식에 더 심취해 있다. 이는 ‘임성한 월드’에서 끊임없이 이어져오면서 논란을 양산했던 소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임 작가는 뚝심 있게 재탕하고 있다.

좋은 것도 자주 보면 질린다. 하물며 좋지 않은 것이라면 어떨까. 시청자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 같다. 누리꾼들은 “아예 보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아야 방송을 안 한다.”(네이버 y281****), “대중은 쓰레기를 원치 않는다는 걸 시청률로 보여줘야 한다”(dote****)는 의견을 올렸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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