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거품 정책, 글쎄요?

2014.08.19

[우석훈의 눈]최경환의 거품 정책, 글쎄요?

신임 경제부총리인 최경환이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겠다는 얘기를 해서, 일순 ‘깜놀’, 정말 놀랐다. 도대체 지금 새누리당의 경제기조에서 특별한 복지정책이나 재정정책 없이 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증가조치가 뭐가 있을까, 궁금하게 지켜보았다. 그런 게 있으면 전임자들이 벌써 했겠지, 그런 생각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그런 게 최경환 주머니에 들어 있을까?

결국 기업 유보금에 대한 몇 가지 조치들을 보면서 ‘푸하하’, 세월호 참사 이후로 웃음을 잃고 지내던 내가 정말 크게 웃었다. 기업의 주식에 대한 배당금을 늘리도록 하고, 이게 가처분소득의 증가조치라는 것은 최경환이 선사한 웃음의 하이라이트이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주식회사가 배당금을 높이는 경향을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부른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가장 장기적이며 건전한 것이 주식 발행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주주들이 기업이 번 돈을 그냥 자신에게 주라, 이렇게 결정을 하면서 생겨난 문제점을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부른다. 그걸 정부가 나서서 조장하면서 이게 가처분소득 증가조치라고 갖다 붙이니 안 웃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주주 배당금 비율이 적은 것을 일반적으로 해석하면, 아직까지는 오너가 있는 특수구조이다 보니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가 덜 하다, 그렇게 보는 것 아닌가?

어쨌든 전체적인 기조와는 달리 소소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주 깨알 같은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가 촘촘히 박혀 있다. 돈 많고 주식 많은 사람들에게는 배당금도 늘고 거기에 세제혜택도 해주는 데다가, 분리과세까지 해주겠다는 것 아니냐? 종합소득세에서 집 많은 사람은 빼주고, 주식 많은 사람도 빼주고, 모두가 다 내는 지방세는 올리고. 게다가 노동자들의 장기저축에 대한 세제혜택은 없앤단다. 도대체 가처분소득은 어디서 높여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장식품으로 끼워넣은 몇 가지 세제혜택을 빼면 최경환 경제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은 거품 정책이 남는다. 갖은 구실을 대서라도 집 살 때 더 많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거니, MB도 하지 않은 가장 강도 깊은 거품 정책을 쓰겠다는 거다. 의도와 의중은 알겠다. 그러나 이게 그의 생각대로 성공할까, 의구심이 든다. 기본적인 것은 DTI, LTV를 대거 풀어주고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 생긴 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갈아타기’ 하면 세금부담이 좀 줄어들 것이라는 게 경제부총리의 계획인 것 같다.

일단 주택대출 제한을 풀어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작년 이후로 은행 등 금융권이 어렵고,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중이다. 예전에는 은행에서도 실적, 즉 대출 총액 위주로 인사관리를 했는데 요즘은 부실채권까지 성과관리에 반영하는 흐름이 생겼다. 괜히 대출 잘못해줬다가는 대출계 직원들의 자리가 위험해진다. 지금도 DTI, LTV 한도까지 대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직장과 연봉뿐만 아니라 개인적 신용도, 공시지가, 게다가 방의 개수와 집의 구조 등 진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주택대출이 나간다. 지금의 상한선에서도 그만큼 대출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걸 높인다고 해서 추가 대출이 있을까? 은행에서 안 해준다. 그렇다면 갈아타기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혹은 보험사에 대출이 많은 사람들, 당연히 은행권 신용등급에서 마이너스 요소이다. 은행이 공격경영을 할 때에는 그런 것들도 신경 안 쓰고 턱턱 돈을 빌려줬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말 강남의 안전한 집 일부에만 해당하는 일이지, 개인 신용도 문제로 갈아타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보시라. 은행권, 특히 대출계에서 불만이 많다. 그리하여 올해 하반기에도 경제부총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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