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중산층 통계 논란

“중산층 몰락은 비정규직 확대 때문”

글·사진 권순철 기자
2014.06.10

신광영 중앙대 교수 “박근혜 정부 중산층 70% 실현은 불가능” 지적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인들이 너무 일찍 퇴직한다”며 “중산층 위기의 핵심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말했다. <기로에 선 중산층>의 공동 저자인 신 교수는 5월 27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평균 퇴직연령은 52세인데 이 연령대에서는 자녀들이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상태”라며 “퇴직자가 자녀들의 등록금도 내야 하고 생활비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 것과 관련해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레토릭(수사)에 불과했다”며 “현재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보면 중산층 70%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중산층 지표(중위소득 50∼150%)를 보면 지난해 65.6%로 2006년 이후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용하는 중산층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에서 150%까지 소득을 올리는 가구를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위소득 최하위층인 50% 선에 있는 사람들은 중산층이 아니라 빈곤층에 가깝다. 이들의 1인 가구소득은 88만5000원(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 중산층 지표는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소득만 갖고 중산층을 정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월소득은 300만∼400만원이지만 집이 없는 사람, 자동차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소득 기준으로 보면 중산층이지만 다른 기준으로 보면 중산층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중산층 지표에는 한계가 있다.”

[특집| 중산층 통계 논란]“중산층 몰락은 비정규직 확대 때문”

우리나라에서도 중산층을 측정할 때 소득뿐만 아니라 문화생활 등 삶의 질까지 종합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중산층의 개념에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이 동의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중산층 지표와 달리 전문가들은 중산층이 오히려 몰락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의 퇴직연령이 매우 낮다. 정년이 60세까지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현재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2세다. 52세면 자녀들이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상태다. 남학생들의 경우 군대를 갔다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부모가 자녀들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퇴직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산층 위기의 핵심은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 퇴직하면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또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당장 퇴직을 하지 않는 40대라 할지라도 선배들을 보면 5∼10년 앞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몰락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확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서는 해고와 고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IT), 방송분야 등에서 대졸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강사도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다. 생산직에도 파견근로제, 하청 같은 간접고용제가 일상화됐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노인층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노인빈곤율이 50% 가까이 된다. 중장년세대도 머지않아서 저렇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소비도 안 한다. 안 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보고 학교에 다니는 대학생들도 불안할 것 같다.
“불안정한 고용이 늘어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요즘에는 중·고등학생 사교육비보다 대학생의 사교육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이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한 경쟁을 하다 보니까 스펙 쌓기가 직장을 갖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는 채 어학, 해외연수, 인턴활동 등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요즘에는 스펙 쌓기를 해도 한두 가지로는 불안하니까 무조건 많이 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1∼2개만 했는데 지금은 5개 이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졸자 30% 정도는 취업이 안 된다. 취업이 안 되니까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낳고 결국 이를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양산되는 것이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져도 열심히 노력하면 중산층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나.
“다시 중산층으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40대 이후에 직장에서 나온 사람은 다른 직장에서 잘 쓰지 않는다. 기업들은 그들이 능력이 떨어지거나 무슨 문제가 있어서 직장을 나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장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 조직이 대부분 연령을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40대 이후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자영업자로 내몰린다. 과거에는 동네 커피숍이 2∼3개였지만 지금은 10여개가 되는 곳도 있다.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OECD국가 평균(15%)보다 높은 30%를 웃돌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시 중산층을 복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정부, 기업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기업에서는 손쉬운 비정규직을 계속 채용하는데, 특정 기업에만 정규직 일자리를 마련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지만 시간당 임금은 같다. 다만 비정규직은 적게 일하고 적은 돈을 가져갈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임금 비율이 100 대 60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경우 하루종일 일해도 한 달에 130만∼140만원밖에 못 버니까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내하청을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같은 공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하청업체 직원들은 큰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지난 대선 때 공약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실현이 불가능하다. 만약 그렇게 되려면 고용·복지 등 생활 안정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정부 정책기조 하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단기간에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사용한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한 이후에 중산층을 늘리기 위해 펼친 정책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가 3년 반 정도 남았는데 그 기간에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임기 동안에 중산층과 관련한 지표가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글·사진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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