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종, 국경을 초월한 ‘노란 리본의 염원’

2014.05.06

처음 온라인으로 시작된 ‘노란 리본 캠페인’이 확산되며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노란 리본의 물결을 이루어 가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오직 간절한 기도가 있다. 팽목항 부두에서는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의 가족들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 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오전 9시 공식 집계에 따르면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4명 구조, 181명 사망, 121명이 실종된 상태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0여일이 지났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실종자 수색이 난항을 겪으면서 하루하루 희생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무사귀환을 소망하는 노란 리본 캠페인이 펼쳐지는 서울 청계천.

무사귀환을 소망하는 노란 리본 캠페인이 펼쳐지는 서울 청계천.

기도와 염원, 희망의 노란 리본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 있는 모든 어른들은 괴롭고 부끄러울 뿐이다. 이 땅에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어디 있겠는가? 울며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울분과 통곡의 울음은 이제 소리 없는 기도가 되었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경계의 자리에 서서 사무침으로 기도한다. 저기 떠오르는 태양과 차고 저무는 달을 마주하며 기도한다. 저 바다로 떠오르는 모든 일출과 일몰 앞에서 무릎 끓어 간절히 기도한다.

처음 온라인으로 시작된 ‘노란 리본 캠페인’이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노란 리본의 물결을 이루어가고 있다.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오렴.” 노란 리본 달기는 희생자 수가 늘어나며 전 국민이 침통해 하는 가운데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 ‘세월호 희망의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에 동참해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되며 시작되었다. 특히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룬다’는 문구는 이내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또 누리꾼들은 최근 실종자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R=VD’라는 문구를 게재하고 있다. R=VD는 ‘Realization=Vivid dream’의 약자로 생생하게 꿈꾸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4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 어스름 저녁의 퇴근 무렵, 짙어지는 어둠 가운데 발걸음들이 하나둘씩 멈추어 선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아 놓은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흔들린다. 노란 리본은 채 봄꽃이 다 피기도 전에 떠나버린 아이들의 웃음을 닮아 있는 빛깔이다. 노랑색은 그 밝음으로 늘 주위를 환하게 하는 긍정적인 빛깔이다. 또 밖으로 선명히 드러나며 진출(進出)하는 적극적인 색이다. 발랄하고 선명하며 긍정적인 것이 모두 우리 ‘순수한 아이’들의 빛깔을 닮아 있는 색이다.

기도와 염원, 용서의 메시지를 담은 노란 리본들.

기도와 염원, 용서의 메시지를 담은 노란 리본들.

본래 이 ‘노란 리본’은 영국 내전(1642~1651) 당시 영국 의회의 청교도 군대가 무사 귀환을 다짐하며 노란 리본과 허리띠를 착용하고 전장으로 나간 데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1959년 남편의 가석방 편지를 받은 아내가 마을 입구의 나무에 ‘노란 리본’을 가득 매달아 사랑의 기다림을 표현한 실화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 가 있는 병사, 인질 또는 포로로 잡혀간 사람의 조속한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무사히 다시 돌아오라”는 의미를 담아 노란 리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전 등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와 재난을 당해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의 조속한 무사 귀환을 바라는 뜻으로 노란 리본을 나무에 묶고 있다.

영영 인사도 없이 바람 끝에 꽃잎새처럼 떠나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는 간절한 염원을 담는다. 이 생사의 갈림에 염원과 기도가 하나의 희망이 되기를. 우리 모두의 속죄와 부끄러움을 담은 노란 리본이 봄꽃처럼 온 산천, 온 마음에 물들어 가기를 소원한다.

엄마와 함께 찾아온 초등학생이 ‘형, 누나들 무사히 돌아와’란 메시지를 담아 노란 리본을 매달고, 나이가 지긋한 백발의 어르신은 두 손 모아 오래도록 기도를 한다. 관광차 한국을 찾은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노란 리본을 매단다.

마린 린하드트.

마린 린하드트.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인 김보경, 김민정 학생(휘봉고 2년·서울 동대문구)이 친구들의 무사 귀환을 소망하며 노란 리본에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마음을 담는다.

“친구들이 꼭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의 생명이라도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기를 믿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절대로 잊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다릴게 제발 돌아와
한국에 유학 중인 데이비드 얄마르손(28·스웨덴)도 한국인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아 노란 리본을 매달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프랑스인 마린 린하드트(서울 중구 정동)도 바쁜 일과를 접어두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희생자들의 무사 귀환과 추모를 표한다.

안산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인 김보경, 김민정 양(왼쪽부터)이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소망하며.

안산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인 김보경, 김민정 양(왼쪽부터)이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소망하며.

“한국인의 참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크다는 소식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세계인 모두가 국경을 넘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채 피어나지 못한 어린 꽃들의 무사 귀환.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시작된 노란 리본 캠페인은 이제 지역이나 인종, 국경을 초월한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SNS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안산시 소재 단원고에서 시작된 세월호 실종자 무사 귀환 기원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은 서울 청계천을 비롯해 서울광장, 신촌 등 오프라인에서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노란 리본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명문 축구클럽 리버풀FC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에 동참했다. 전 세계가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무사귀환을 소망하는 노란 리본 캠페인이 펼쳐지는 서울 청계천.

무사귀환을 소망하는 노란 리본 캠페인이 펼쳐지는 서울 청계천.

노란 색은 빛에 가장 가까운 색으로 긍정으로 빛나는 색이다. 노란 색은 시선을 모으고 힘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햇볕처럼 따뜻하고 쾌활하여 아이들의 웃음을 닮은 노란 색. 아이들의 웃음처럼 발랄한 노란 색이 무사 귀환의 기도와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노란 리본이 새 꽃이 피어나듯 사람들의 마음에서 생명으로 피어나고 또 피어나기를 기도한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다 사고를 당한 희생자와 우리의 아이들과 수많은 희생자들의 넋이 저기 저 눈부신 꽃들처럼 다시 생명으로 피어나기를 우리 모두는 간절히 기도한다.

아들아, 딸들아. 기다릴게. 제발 돌아와.

<글·사진 이강 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