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아메리카: 원터 솔져’ - 원작에서의 위상을 되찾은 캡틴

2014.04.15

포스터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포스터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목 캡틴아메리카: 원터 솔져

영제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제작연도 2014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잭슨, 세바스찬 스탠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36분

원작 코믹스에서의 캡틴 아메리카는 아이언맨과 함께 마블 유니버스의 가장 주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다. 다수의 이벤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이 중대한 판단 착오나 선택으로 인해 정신 붕괴를 일으키고 잘못된 길에 들어서 혼란을 야기할 때에도 캡틴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의 변함없는 존경과 지지를 받는 멘토이자 리더다.

그러나 영화에 익숙한 대개의 팬들에게 캡틴 아메리카는 별 능력치가 없는 애매한 캐릭터다. 날지 못한다. 무기라고는 방패뿐이다. 천둥을 부르거나 헐크 스매시 같은 강력한 한 방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어벤져스>에서도 기껏해야 아이언맨이 “지시를 내리라”며 팀워크를 위해 일종의 ‘양보’를 했을 때나 존재감을 누렸을 뿐이다. 그런 캡틴이 스크린의 영역으로 옮겨져 향후 적지않은 시간 동안 이어질 게 확실해 보이는 마블 유니버스 프랜차이즈에서 원작과 같은 위상을 누릴 수 있을까.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이와 같은 의문에 관한 명쾌한 답변이다. 이 영화에서 캡틴은 하이드라에 의해 비밀리 장악되어온 쉴드에 맞서 싸운다. 쉴드에는 이미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대의 아래 힘과 수단이 쌓여 왔다. 그 자체로 이미 위협적이고 초월적인 기관이다. 상대가 적의를 품은 것만으로도 의도를 미리 계산해 제압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닉 퓨리가 쉴드의 이와 같은 비전에 대해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강경한 어조로 설명을 늘어놓자 캡틴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한다. “이건 자유가 아닙니다. 이건 공포입니다.”

캡틴의 진가는 이럴 때 발휘된다. 그는 성조기가 그려진 코스튬을 입고 있을망정 국가의 요구에 무비판적으로 부응하지 않는다. 그는 오래되어 퇴색되거나 폄하된 가치들을 대변한다. 더불어 집단의 요구에 개인의 자유가 희생될 때 누구보다 빠른 판단과 결단력으로 후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원작 코믹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집단의 대의와 국가적 요구에 함몰된 아이언맨과 마찰하여 캡틴 아메리카 진영과 아이언맨 진영으로 나뉜 슈퍼히어로 사이의 전쟁 ‘시빌 워’ 이벤트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향후 캡틴 아메리카가 슈퍼히어로들 사이에서 어떤 성격의 무게추 역할을 수행할지 명확히 밝힌다. <어벤져스 2>가 울트론을, <어벤져스 3>가 타노스를 다루는 와중에 캡틴은 점점 더 불어나는 슈퍼히어로들의 확고한 리더로 기능하면서 언젠가 영상으로 옮겨질 ‘시빌 워’ 이벤트를 향해 본연의 가치관을 더욱 뚜렷하게 세워나갈 공산이 크다.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들을 다루는 글마다 ‘시빌 워’ 이야기를 자주 언급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어벤져스 시리즈가 결국 ‘시빌 워’로 수렴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외부의 적만으로는 시리즈를 지속하기 어렵다. 증폭되는 갈등과 완전무결한 결말을 위해서는 슈퍼히어로들 사이의 진영 전쟁 ‘시빌 워’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중반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잠시 언급된다. 더불어 보너스 영상에서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매그니토의 자식들이지만 어벤져스의 주요 캐릭터이기도 해서 디즈니와 폭스가 공동 판권을 가지고 있다. 코믹스 팬이라면 닥터 스트레인지조차 막지 못하는 스칼렛 위치의 미친 위력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향후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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