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서강 물길 뗏목과 옛사공

2013.06.25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마을의 지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강원도 영월 한반도면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을 찾아간다. 굽어 흐르는 강줄기가 마치 삼면이 바다인 듯 감싸고 있고, 산 아래 지형이 영락없이 우리 땅 한반도를 빼어 닮았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여름의 서강과 그 위로 한 점 그림처럼 흐르는 뗏목과 사공들의 옛이야기를 들어본다. 아늑하고 운치 있는 풍경에는 강건한 물길이 빚어낸 한반도의 진취적 기상이 서린다.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영락없이 우리 땅 한반도를 닮았다.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영락없이 우리 땅 한반도를 닮았다.

서강이라 불리는 영월 평창강
영월 평창강(平昌江)을 동강과 견주어 서강이라 부른다.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한 평창강과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이 서면에서 합류하는 데서부터 영월읍 남쪽 동강(東江)과 만나는 지점까지 흐르는 강이다. 서강은 동강과 마찬가지로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신비한 모습을 자아내며, 생태계의 보고로서 각종 동식물이 서식한다. 영월 사람들은 동강을 암캉, 서강을 수캉이라고 불렀다. 여름의 수캉은 청년처럼 강건하고 자유롭다.

서강은 태백산맥의 준령인 해발 1577m의 계방산에서 발원하여 평창군 용평면을 지나 봉평면에서 지류와 합류하고, 대화면·방림면·평창읍을 자유파행하며 굽이친다. 그리고 비로소 한반도면 신천리에 이르러 서북쪽에서 오는 주천강과 합쳐져 서강이 되면서 동남쪽으로 흘러 청령포를 지나 영월군 하송리에서 동강과 합류하고 영월읍 남쪽에서 남한강에 합류한다. 이 강은 직선거리가 60㎞에 불과하다. 하지만 총길이가 220㎞에 달한다. 강은 흥정산, 태기산, 백적산, 대미산 등 1000m가 넘는 산악 고원지대, 깊은 산골짜기를 굽이치며 흐른다.

자유파행하는 여름의 강은 젊은 강이어서 당당하고 힘차다. 이 젊음은 산의 정맥이 되어 산 기운과 지세를 북돋우며 더욱 유려하게 흘러 나아간다. 산과 산 사이를 굽이치며 흐르다 주천면에 이르러 영월군에서 가장 넓고 기름진 주천평야를 형성한다.

뗏목 체험을 위해 관광객이 뗏목에 오르고 있다.

뗏목 체험을 위해 관광객이 뗏목에 오르고 있다.

감입곡류(嵌入曲流) 하천인 이 젊은 강은 평창강 끝머리에 자리한 선암마을에 이르러 비로소 고요한 기운으로 미려하게 흐른다. 선암마을은 영월 시가지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한반도면 옹정리 서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한때 영월사람들은 이 물줄기에 뗏목을 띄워 한양까지 땔감을 날랐다. 아우라지에서 떠내려 보낸 뗏목이 이곳에서 묶어지면서 커지고, 기나긴 한강을 따라 송파나루를 거쳐 마포나루까지 땔감을 운송했다. 뗏목은 직경 약 30㎝, 길이 약 32m의 소나무 150여개를 새끼줄로 묶어서 만들었다. 뗏목의 길이는 약 36m에 이르며, 폭은 약 3m로 짐작된다. 뗏목은 봄부터 여름까지 큰물이 난 후 출발하는데, 험하기로 유명한 동강의 거친 물살을 넘어야만 했다. 때문에 서강의 물줄기는 이 터에 사는 토박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방편이기도 했다.

영농조합법인 한반도뗏목마을 박봉천 위원장은 “그때 군수 녹봉이 닷냥이면, 뗏사공들이 한양까지 가는 품삯이 열닷냥이었드래요. 물때에 맞춰 한양까지 가는 기 물길이 좋으면 5∼7일, 물이 줄어들면 한 달까지 걸렸습니다. 뗏사공은 보통 2명이 탑니다. 뗏사공들의 벌이가 군수보다 좋았던 거래요. 떼돈 번다는 말이 거서 나온 거 아니 드래요.”

뗏목들은 아주 비싼 값에 팔려 ‘떼돈’을 번다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동강의 거센 여울을 잘 넘어가야만 큰 돈을 만질 수 있었고, 물을 잘 타는 뗏사공일지라도 때로는 뗏목이 뒤집히는 바람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또 뗏사공들은 떼를 팔아 ‘떼돈’을 벌었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빈털터리였다고 한다. “걸어서 돌아오는 셈인데, 돌아오면서 남한강가의 주막이나 동강의 기생집 같은 곳에서 돈을 다 털리고, 또 때가 되면 빈 손으로 뗏목을 타는 힘겨운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송림으로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약 600m가량 올라가면 선암마을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송림으로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약 600m가량 올라가면 선암마을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뗏목 타고 한반도를 둘러보는 멋
선암마을 토박이인 박씨는 처음 한반도 지형을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마을을 빙 둘러 물돌이를 형성하고 동고서저의 지형과 서해안의 간석지를 닮은 왼편의 모래톱, 울릉도까지 우리 땅 한반도의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입니다. 앞으로 서강 탐사선 운행, 한반도 지형 답사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마을사람들은 뗏목을 강에 다시 띄우고, 한반도를 한 바퀴 오르내린다. 뗏목은 한반도 지형의 남해안을 출발해 서해안까지 1㎞ 구간을 왕복한다. 2009년 선보인 뗏목체험은 한반도 지형과 함께 선암마을을 전국 유명 관광지로 만든 농촌 전통테마마을 육성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반도 지형의 특성과 물돌이 마을의 옛 이야기를 살려 내어놓은 뗏목타기와 영월읍 팔괴리 카누체험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선암마을 토박이 박봉천 위원장이 뗏목을 띄우고 있다.

선암마을 토박이 박봉천 위원장이 뗏목을 띄우고 있다.

송림으로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약 600m가량 올라가면 선암마을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여름이면 전망대 부근에 핀 무궁화꽃이 발 아래로 펼쳐진 한반도 지형과 조화를 이뤄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마을의 지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마치 인공적으로 조형된 듯한 한반도 지형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한반도 지형의 무량한 기백이 들이치는 전형적인 물돌이의 지형은 수억년의 시간 동안 공들여 신이 자연의 이름으로 빗어낸 천연의 조형미로 완벽하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모습은 삼면이 바다인 전형적 반도의 형태. 동고서저(東高西低) 경사까지 한반도를 닮은 특이한 구조의 절벽지역을 만들어냈다. 호미곶을 연상케 하듯 툭 삐져나온 꼬리까지 한반도의 지형을 그대로 닮았다.

육당 최남선이 잡지 <소년> 창간호에서 한반도의 형상은 “마치 맹호가 발을 들고 동아 대륙을 향하여 나는 듯 뛰는 듯 생기 있게 할퀴며 달려드는 모양을 보여주는데, 더욱이 그 모양이 내포하는 의미 또한 심장하여 한반도의 진취적이면서도 무한한 팽창 발전과 아울러 생생하고 왕성한 원기의 무량한 것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우리나라 지세의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평하였다.

그래서일까, 한반도 지형 전망대에 올라서 발 아래를 굽어보거나 먼 산세의 풍광을 조망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당당한 기운이 무량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 당당한 기백이 어린 한반도의 형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서강변에 자리한 또 하나의 명소인 ‘선돌’을 돌아본다. 영월의 관문격인 소나기재 인근에 위치한 선돌은 70m 높이의 큰 바위로 일명 신선암으로도 불리는 기암이다. 두 갈래로 우뚝 솟아 있는 선돌 사이로 보이는 서강의 물줄기가 청량하고 더욱 푸르게 다가온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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