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인에게 특별한 한글날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2012.10.23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566년 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이렇게 답한다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100점을 주기 어렵다. 특히 우정인에게는 한글날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기념일인 ‘세계 우편의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10월 9일은 우정과 특별한 인연이 많은 날이다. 세계 우편의 날은 만국우편연합(UPU) 창설일을 기념해 유엔이 정한 우정분야의 기념일이다. UPU는 1874년 10월 9일 스위스 베른에서 창설됐는데, 우리나라는 1897년 워싱턴 총회에 처음으로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가 3년 뒤인 1900년 대한제국 국호로 정식 가입해 회원국이 됐다. UPU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가입한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25차 만국우편연합(UPU) 총회에서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이 관리이사회(CA) 이사국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25차 만국우편연합(UPU) 총회에서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이 관리이사회(CA) 이사국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10월 9일은 지금의 우편법에 해당하는 법령이 만들어진 날로 최근까지 알려져 있었다. 고종은 근대 우편제도 시행을 위해 우정총국을 설치하고 홍영식을 우정총판에 임명했다. 아울러 우정업무를 규정하는 규칙인 대조선국우정규칙(大朝鮮國郵征規則)을 제정했다. 1884년 10월 9일이 바로 그날이라는 일부 자료는 10월 18일로 고쳐야 맞다. 전문 7장 46조로 되어 있는 대조선국우정규칙은 국내우편 요금과 징수 방법, 우편요금 면제 규정, 관보 및 서적류의 요금 및 발송 규법, 등기우편, 우표 발행 및 사용, 우편금지물품 규정 등을 담고 있다. 우표를 절대 물로 붙이지 말고 침으로 붙이도록 한 것이라든가, 반드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성과 이름을 기재하도록 한 것 등 재미있는 조항도 있다. 예를 들면 관직과 함께 쓸 경우 ‘홍 장군’이 아니라 ‘장군 홍길동’이라고 쓰도록 한 것이다. 128년 전의 규정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지금의 우편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선진적인 내용과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 하나 더 있다. 매년 10월 9일은 우정사업본부가 정한 ‘고객의 날’이다. 고객서비스에 관한 한 우체국은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전국 우체국에는 서비스컨설턴트가 방문 고객을 돕고 있으며, 전국 8개 우정청에 서비스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주관하는 한국 산업의 고객만족도조사(KCSI)에서도 1위를 차지해 자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1999년 이후 14년 연속 1위 달성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번 고객의 날에는 이를 기념해 일주일 동안 우체국 방문자를 대상으로 고객감사 행사를 열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앞으로 우체국이 주민복지 서비스의 출발점이자 국민 생활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꾸준한 제도 개선과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9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제25차 UPU 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한국우정은 관리이사회(CA)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UPU 활동을 조정·감독하는 등 국제우편에 대한 규제 및 행정적인 사안을 담당하는 CA 이사국이 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앞으로 4년 동안 세계 우편 정책이나 발전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UPU가 다룰 주요 정책은 우편시장의 개방화와 경쟁에 대응한 우편사업 발전전략 및 보편적 서비스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 참석한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은 “우리가 CA 이사국에 선출됨으로써 새로운 정책, 기술 및 제도를 조기에 획득해 활용할 수 있어 국내 우정사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했다. 우리나라가 이사국에 선출된 것은 1994년, 1999년, 2004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김 본부장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 수석대표를 만나 국제우편분야의 협력을 논의하고, 아태우편연합(APPU) 집행이사회 의장을 면담해 아태우정대학에 컴퓨터 장비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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