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로 업무를 처리하라

2012.09.18

BYOD(Bring Your Own Device)란 개인이 소유한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스마트 기기로 직장을 비롯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BYOD는 서구의 파티문화에서 쓰이는 BYOB(Bring Your Own Beer), 즉 “네가 마실 맥주는 네가 가져와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최근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 기기들이 늘어나고 이를 직장에 가져와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은 업무 생산성 향상과 보안문제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됐다.

네트워킹업체 시스코의 연구에 따르면, 지식노동자 1명이 사용하는 개인기기는 2012년 평균 2.8대에서 2014년에는 평균 3.3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은 회사의 IT 부서가 제공하는 장비나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이 소유한 최신 기기와 기술을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 기기를 직장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업무 생산성 증가라는 장점도 있지만 보안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진은 스마트 기기로 전시정보를살펴보는 회사원들. | 경향자료사진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 기기를 직장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업무 생산성 증가라는 장점도 있지만 보안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진은 스마트 기기로 전시정보를살펴보는 회사원들. | 경향자료사진

보안업체 포티넷은 2012년 상반기에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15개국에서 일하는 20대의 젊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BYOD에 대한 조사를 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가 직장에서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걸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78%에 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BYOD가 기업에 ‘업무 생산성 및 만족도의 향상’과 ‘보안문제’라는 너무나도 명확한 장단점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장점부터 살펴보자. 회사가 BYOD를 허용할 경우에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기기를 이용해 동료들과 실시간 협업을 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업체 아이패스의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지식노동자의 92%가 일하는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BYOD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 업무 장소에 대한 자율성을 제공하는 업무 유연성의 보장이다. 업무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BYOD는 회사가 새로운 형태의 무급 초과근무를 원한다는 걸 은근히 암시할 뿐이다.

BYOD가 가져다주는 업무 생산성 및 만족도의 향상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직원 개인의 기기로 회사 업무 망에 접속한다는 사실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2012년 5월 시스코 IBSG(Internet Business Solutions Group)는 미국의 다양한 18개 산업에서 일하는 IT 리더 600여명을 대상으로 BYOD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는데, 응답자들이 꼽은 BYOD의 가장 큰 과제는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였다.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적지 않은 기업들이 BYOD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 직원들은 회사의 보안시스템을 우회해 사용하거나 회사에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포티넷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은 BYOD를 금지하는 회사 정책을 알고 있음에도 정책을 위반하면서 업무에 개인 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제나 완벽한 보안은 없다. 그렇지만 BYOD를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시스템 및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데이터 암호화, 데스크톱 가상화,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 모바일 활동 로그 감시 등 여러 기술들이 존재한다. 이미 BYOD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트렌드다. BYOD를 막는다 해도 스마트 기기로 무장한 직원들은 어떻게든 업무에 자신의 기기를 사용하려고 할 것이고, BYOD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큰 보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기업들은 각자의 경영환경에 적합한 ‘BYOD 정책의 수립’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풀어야만 한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http://peoplew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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