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으로 뭉친 슈퍼영웅들

2012.05.08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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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벤져스

원제 The Avengers

감독 조스 웨돈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개봉일 2012년 4월 26일

상영시간 142분

등급 12세 관람가

황당한 기획이었다. 마블 유니버스의 <어벤져스>를 스크린에 재현하겠다는 생각은 야심을 넘어 몽상에 가까웠다. 실현되더라도 우스꽝스러워 보일 게 빤했다. 대체 영화 한 편에서 그 많은 캐릭터들의 드라마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스파이더맨> 정도를 제외하면 <판타스틱4> <헐크> <데어데블> 등 마블 원작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마당에 무슨 수로 투자를 받을 것인가. 이 유서 깊은 코믹스 팬덤의 다양한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 그러나 마블은 집요했다. 직접 제작사를 만들었다. <아이언맨>부터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어벤져스>로 향하는 밑그림을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캡틴 아메리카> 말미에 삽입된 <어벤져스> 예고편은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이게 정말 가능했단 말인가. 그렇게 우리 앞에 <어벤져스>가 도착했다.

<어벤져스>는 완벽한 기획의 승리다. 마블 엔터테인먼트(지금의 마블 스튜디오)를 설립해 <어벤져스>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영화화했다. 이것은 흡사 <시빌 워>와 같은 큰 볼륨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각 캐릭터별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코믹스 전략을 닮아 있다. 물론 비용 대비 위험한 도박이다. 운이 따랐다. <아이언맨>이 흥행에 실패했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경우 기존의 할리우드 시스템과도 구별되는 마블의 비전은 향후 큰 귀감이 될 것이다.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아이언맨>부터 <캡틴 아메리카>까지 예습을 충실히 한 상황에서 <어벤져스>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 정도만 대사를 통한 사전 맥락이 언급되는 정도다. 이야기는 단도직입적이다. 팀이 조직되고 첫 번째 위기를 극복한다. 쉴드 본부 시퀀스까지는 다소 늘어지는 기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후 이 제멋대로인 슈퍼영웅들의 팀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도대체 눈을 뗄 찰나의 여유를 찾을 수 없다.

<어벤져스>의 가장 빼어난 미덕은 덩치가 크고 비싼 블록버스터임에도 인물들의 개성과 화학작용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덕분에 도심 파괴 시퀀스마저 시끄러운 소음 대신 활기와 흥분으로 가득하다. 아이언맨의 개그는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 같은 딱딱한 인물들 가운데서 거의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다소 약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리더십으로 슈퍼영웅들의 존경을 받는 코믹스에서의 매력이 잘 구현되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가 다름 아닌 헐크라는 대목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여태 스크린에 옮겨진 그 어떤 버전의 헐크도 이처럼 눈부신 적이 없었다(변신 이후의 헐크 목소리는 ‘원조 헐크’ 루 페리노가 직접 연기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너스 영상이 삽입되어 있다. <어벤져스>의 후속편에서 악당 역할을 할 캐릭터가 드러난다.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최강의 악당을 꼽을 때 ‘갈락투스’와 1, 2위를 다투는 ‘타노스’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어벤져스> 프랜차이즈에 타노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징후는 2년 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타노스가 착용하는 ‘인피니티 건틀렛’이 5분 동안 깜짝 전시되면서 일찌감치 감지된 바 있다.

사실 그 힘이 사기에 가까운 타노스가 등장하게 되면 지금의 어벤져스 팀원들로는 절대 상대할 수가 없다. 적어도 <판타스틱4>가 추가되어야 이야기라도 가능해진다. 현재 <판타스틱4> <엑스맨>의 권리는 폭스에, <스파이더맨>의 권리는 소니에 있다. 반가운 사실은 마블/디즈니가 “이들 저작권을 모두 가져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현재 마블 스튜디오가 기획 중인 프랜차이즈에는 <아이언맨 3> <토르 2> <데드풀> <앤트맨>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2>가 있다. 2015년 즈음이면 스파이더맨과 헐크와 더 씽이 타노스에 맞서 싸우는 <어벤져스 2>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면 <시빌 워>의 영화화까지?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허지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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