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배틀 쉽(Battleship)
감독 퍼터 버그
배우 테일러 키취, 브루클린 데커, 리암 니슨,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리하나
수입/배급 UPI코리아
미국개봉 2012년 5월 18일
한국개봉 2012년 4월 11일
러닝타임 131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돌이켜 놓고 보면 외계의 지적 존재와 ‘지구문명’의 만남은 SF/판타지의 오랜 테마다. 스필버그의 과거 대표작 ‘E.T’(1982)나 ‘제3종 근접조우’(1977)가 낭만적인 접근이라면, 대부분은 H G 웰즈/오손 웰즈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의 전통에 따라 ‘외계인의 도발에 맞서 싸우는 지구인/연인/가족’ 계열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다시 리메이크한 ‘우주전쟁’(2005) 역시 후자다. ‘배틀쉽’도 따져보면 이 전통적인 ‘외계침공’ 스토리를 골격으로 한다.
2005년, 미국 나사의 과학자들은 골디락스 행성, 그러니까 지구와 비슷한 환경조건을 갖춘 행성을 발견한다. 이들은 비콘프로젝트라는 것을 시작하는데, 그들에게 강력하게 증폭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는 것은 밝히지 않으나, 어쨌든 ‘배틀쉽’의 배경은 ‘현재’다. 그리고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반응’이 돌아왔다! 때마침 하와이 진주만 일대에서는 세계 14개 나라의 해군이 참여한 림팩훈련이 진행 중이다. 선발대로 지구에 온 외계인들이 마침 림팩 훈련 중이던 세계연합군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의 중심엔 주인공 남녀가 있다. 천방지축 말썽꾼이던 하퍼 대위(테일러 키취 분)는 함장의 딸 셰인(브루클린 데커 분)과 사랑에 빠진다. 림팩 훈련이 시작되는 날,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결혼 허락을 받는 데 실패한 하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장은 훈련이 끝나는 대로 그를 해임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외계인의 공격이 시작됐다. 졸지에 상급지휘관이 모두 사망하고, 하퍼가 함장 역할을 맡게 된다. 림팩 훈련에 참여한 나라 대항 축구시합에서 앙숙이 된 일본 장교와 힘을 합쳐 지구를 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다시 처음 설정으로 돌아가자.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는 작업은 보이저 1호 때부터 시작되었다. 덧붙여 실제 골디락스 행성을 찾는 작업이 시작된 것은 케플러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9년이다. 지구를 방문한 외계문명과의 ‘만남’이 언제라고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아무리 신호를 증폭한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빛의 속도를 넘어서 전파든 레이저든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가 설정하는 현재가 올해 2012년이라면 지구로부터 대략 3.5광년(왜냐하면 신호가 ‘가고’ 또 ‘와야’ 하니까) 떨어진 곳에 골디락스 행성이 존재한다는 추론이 가능한데, 정말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주에는 지구와 다른 진화과정을 거친 생명체가 가득차 있는 셈이다.
다른 행성의 지적 생명체가 반드시 포유류란 법은 없다. 영화 속 외계인들은 인간과 비슷한 모양새를 지녔으나 파충류에서 진화했다. 그들의 본진이 하와이 옆 태평양에 머무는 것도 이런 설정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외계인들은 딱히 지구인들과 맞서 싸울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격이 가능한 지구인들의 무기는 체크하지만 먼저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외계인들이 지구의 함선을 부수는 데 사용하는 무기는 딱 두 개다. 나름대로 위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전쟁> 때부터 반복되어온 전통에 따르면 이 외계의 존재들은 ‘지구인의 무기로는 대적할 수 없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는가. 마침 내한한 피터버그 감독은 외계인 설정과 관련, “배틀쉽에서 외계인들은 지구가 어떤 별인가 탐사하러온 과학자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원작은 1930년대 만들어진 고전 보드게임 ‘배틀쉽’이다. 보드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느 부분이 영화의 원작인지 잘 모를 것이다. 외계인들이 강력한 자기장으로 레이더를 무력화시키자, 배에 동승한 일본군 장교가 자신들이 지난 20년간 쓴 노하우라며 ‘바다의 부표를 이용하는 방법’을 띄운다. 그 격자무늬를 들여다보면서 지그재그로 접근하는 외계인들의 우주선을 미사일로 격파하는데, 보드게임의 ‘흔적’은 그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하퍼 역을 맡은 테일러 키취는 ‘탑건’(1984년)이나 앞에서 언급한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서 탐 크루즈를 여러 모로 연상시킨다. 아마 팝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가수 리하나가 하퍼의 부하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한 작품이라는 점도 체크포인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