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진 때문에 노처녀 가슴 두근두근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2011.06.21

연애의 진화에 있어서 용불용설은 진리다. 안 하면 안 할수록 연애 유전자는 줄어든다. 하던 놈은 더 잘한다. 이 세상의 수많은 노처녀들은 연애를 ‘불용(不用)’하다 유전자를 잃어가고 있었다. ‘건어물녀’가 되어 집에서 TV만 보던 그녀들 앞에 연애 감정을 다시 지펴준 특별한 존재가 있다. 긴 팔과 긴 다리에 럭셔리한 집과 차, CF 한편으로 10억원을 버는 국민 호감 배우…. ‘딩동!’ 바로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순항 중인 MBC 미니시리즈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이다. 지금 수많은 처녀들이 독고진 열병을 앓고 있다. ‘아시아의 별’ 보아도, 심지어 남자배우 김민준도 ‘독고진 앓이’ 명단에 이름을 추가했다. 지금이야말로 독고진을 이야기할 타이밍이다.

MBC 출처

MBC 출처

독고진은 겉으로는 완벽한 남자다. 모든 인기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다.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데, 이 때문에 더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노처녀들)가 독고진을 사랑하는 것은 그가 완벽해 보여서가 아니다.

완벽이라고 하면, 잘생기고 자상하고 한의사라는 직업까지 가진 윤필주(윤계상)가 더 가까울거다. 우리도 젊은 한때, 이런 상대와의 완벽한 사랑을 꿈꿨다. 하지만 그런 남자를 찾기는 어려웠고, 어렵게 찾았다 한들 이미 다른 사람의 남자이거나 바람둥이거나 사기꾼이었다. ‘싼티 나는 껍데기에 빈티 나는 배경을 가진’ 우리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인물이다.

우리는 완벽을 가장한 독고진의 부족한 부분에 주목했다. 그는 사랑에 서툴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서툰 연애를 ‘싸가지’ 속에 숨겼다. 그걸 알은 체해주고 싶었다. 나쁜 남자 안에 착한 본성을 알아본 나는 ‘개나 고등어나, 아무나’가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된다. 나같이 특별한 사람을 만난 그는 고마운 게 아니라 영광인 거다.

서른일곱에 첫사랑을 만났다고 말하는 독고진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한다 말하고는 동굴에 숨어버리는 잘난 남자들의 ‘밀당’에 지쳤다. 독고진은 손만 잡아줘도 ‘드럽게’ 재미있어 한다. 구애정(공효진) 집에서 윤필주의 한약을 발견하고 대놓고 질투하고, 구애정의 화장품을 바르면서 ‘구애정의 냄새’를 음미한다. 화성 남자들이 보내는 암호 해독에 지친 우리들에게 독고진의 솔직함은 최고의 위로다.

싱글 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들은 충전이 필요했다. 싱글에 아무리 적응하려고 해도 적응이 되지 않았고, 꿈속에서는 슈퍼히어로를 기다렸다. 우릴 괴롭히는 누군가에게 “한 번만 더 다치게 하면 널 뽀개버리겠다”고 말해주는 독고진은 꿈속의 슈퍼히어로다.

우리에게 독고진은 최고의 사랑이다. 300번도 더 참았지만 독고진을 충전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한 칸만 충전해서 채우자”는 심정으로 드라마를 기다린다.

회복될 대로 회복된 연애 유전자 때문일까. ‘그대 때문에 가슴이 내 심장이 두근두근/난 그대만을 사랑해 내 맘 가득 외치는 말’이라는 노래가 나오면 가슴이 두근댄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으로 연애 유전자가 분비되고, 독고진을 향한 최고의 사랑도 더 뜨거워진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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