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대세다

박은경 스포츠칸 기자
2011.05.24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대상이 생기면 집착(執着)을 한다. 작은 움직임도 주시하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를 낸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나는 가수다’ 게시판은 집착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넘쳐난다. ‘신(정수) PD 보시오’로 시작하는 글은 자못 비장하다. ‘프로그램 망칠 생각 아니면 OO 가수를 섭외하라’,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무리수를 두는군’ 등 훈계에서 협박까지 다양하다.

사진제공: MBC

사진제공: MBC

한때 ‘나는 가수다’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기계음이 아닌 진짜 가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는 찬성론도 있고, ‘가수들의 가창력을 순위로 매기는 방식이 가혹하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찬반을 넘어 대세가 됐고, 대세를 넘어 집착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나는 가수다’는 어떻게 대세가 된 걸까.

지난 3월 6일 첫 방송한 ‘나는 가수다’는 가수 7명이 자신의 노래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곡을 부르며 우열을 겨루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김건모, 윤도현, 백지영, 김범수, 정엽, 박정현, 이소라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서바이벌 경쟁을 펼친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방송 3주 만인 3월 20일에 위기를 맞았다. 7위를 한 김건모가 탈락자로 호명됐지만 이를 아쉬워한 다른 참가자들의 요구로 제작진이 그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로 한 것. 원칙과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됐다. 재도전을 건의했던 김제동은 자책했고, 김건모도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MBC는 23일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김영희 담당 PD의 교체를 선언했다.

‘쌀집 아저씨’로 불려온 스타 PD의 하차는 누리꾼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MBC의 오바’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여론은 급선회했다. 동정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김건모였다.

3월 27일 방송분에서 김건모는 노래를 부르는 내내 마이크가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 그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그를 용서했다.

‘나는 가수다’는 5주간 방송을 쉬기로 결정했다. 누리꾼들은 한때 ‘원흉’이었던 김영희 PD에게 면죄부를 주고 “복귀시키라”는 목소리를 높였으나, MBC는 ‘원칙’을 고수했다. ‘세시봉’으로 복고열풍을 일으킨 <놀러와>의 신정수 PD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5월 1일부터 재개된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정엽, 백지영이 빠지고 임재범과 BMK, 김연우가 투입됐다. 제작진은 전과 다른 세 가지 룰을 공개하고 변화를 꾀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임재범이 채웠다.

임재범은 작곡가 김형석이 ‘나만 가수다’라고 묘사했을 만큼 실력파이지만 방송 출연을 자제해왔다. 그는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리며 6~7년 동안 100만~200만원 정도의 저작권료만으로 살았고, 아내가 암 투병중”이라고 밝혀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가 부른 ‘너를 위해’는 이전과는 다르게 들렸다. 아내를 위한 사부곡(思婦曲)이 됐다. 임재범의 저가 헤드폰 또한 동정론의 소재가 됐다.

‘나는 가수다’는 방송 다음날 바로 멜론, 벅스, 도시락 등 각종 음원차트 순위를 점령한다. 거리와 상점에는 ‘나는 가수다’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1박2일’로 무적행진을 해온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와 시청률 격차가 4%대로 줄었다. 논란을 거듭하던 ‘나는 가수다’는 동정론, 가수들의 개인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음원과 인지도, 화제면에서 대세를 굳혔다.

<박은경 스포츠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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