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주화운동사 2

2010.01.12

‘암흑의 시대’를 밝힌 반독재투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엮음 | 돌베개 | 2만5000원

[이주의 책]한국민주화운동사 2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007년부터 시작한 민주화운동사 정리 작업의 두 번째 성과가 나왔다. 책이 다루는 내용은 유신체제하 반독재민주화투쟁의 역사다. 2008년에 출간된 <한국민주화운동사 1>은 제1공화국부터 제3공화국까지를 다뤘다.

유신체제는 “1972년 유신헌법 선포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는 1979년까지 시기의 정치체제”다. 그나마 형식적으로라도 유지되던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 시기에 그 기초부터 완전히 해체됐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헌법을 선포해 대통령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전환했다. 대통령직선제는 15년 후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야 부활한다. 국회의원의 3분의 1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국회를 대통령의 허수아비로 만든 것이다. 유신체제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민주주의가 철저히 말살된 ‘한국민주주의의 최대 암흑기’”였다.

국민의 기본권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압살한 유신체제는 역설적으로 정권의 위기 의식에서 탄생했다. 1969년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은 전 국민적 반대 투쟁을 촉발시켰다. 1960년대 노동집약적 산업 성장이 1970년대 초 한계에 부닥쳤다. 차관과 저임노동을 통해 사업을 키우던 다수의 수출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 정권은 1972년 기업부채를 초법적으로 유예하는 ‘8·3 조치’까지 취했지만 위기는 해소되지 않았다. 3선 개헌 후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1971년 대선은 박정희 정권이 강압적 전체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강행하게 만든 결정적 국면이었다. 박정희 후보는 공권력의 일방적 지원을 등에 업고도 간신히 승리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는 더 이상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유신체제하 반독재민주화투쟁은 이러한 강압적 통치 방식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였다. 책은 이 시기의 반독재민주화운동을 크게 두 시기로 구분한다. 첫 번째 시기는 유신체제의 성립부터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되는 1975년 5월까지이며, 두 번째 시기는 긴급조치 9호 발동부터 박정희가 암살되는 1979년 10월26일까지다. 1973년 8월 김대중 납치 사건이 불러일으킨 국민적 공분은 학생들의 조직적인 시위와 재야 인사들의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확산됐으나 정권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인혁당 인사 8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라는 초법적 탄압으로 대응했다. 긴급조치 9호 발동 후 박정희 암살 전까지는 극단적인 암흑의 시기였다. 그러나 학생·지식인·노동자·농민들의 투쟁은 이 시기에도 이어져 결국 1979년 YH무역 여성 노동자들의 농성과 체포,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국회 제명, 10월 부마항쟁으로 이어지는 투쟁 끝에 유신체제는 붕괴했다.

책은 유신체제하 반독재민주화투쟁이 ‘학생운동’과 ‘재야운동’,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을 중심으로 하는 ‘민중운동’ 등 크게 세 유형으로 전개됐다고 파악한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건 민중운동의 부상이다. 1960년대 민주화운동이 학생운동을 포함한 지식인운동이었다면 1970년대에는 사회·경제적 착취와 배제를 경험한 민중계급의 계급적 각성이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책은 이 같은 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구체적인 전개 양상을 68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정리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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