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의 3종기록

2007.03.13

우체국 택배 우편물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습.

우체국 택배 우편물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습.

설 연휴를 닷새 앞둔 지난 2월 12일, 우정사업본부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직원들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졌다. “100만, 105만, 110만…. 그렇다면 이거 사상 최고 아냐?” 기록경신이 확실해지자 상황실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최종집계 결과 114만 개. 한국 우정 123년 역사에서 하루 소포 물량의 최고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뒤 또 다른 기록 2개가 수립됐다. 하나는 올해 설명절 특별소통기간(2월 5~17일, 13일 간) 중 처리된 소포 우편물이 작년 설(584만 개)에 비해 22% 늘어난 716만 개라는 사실. 이를 하나씩 켜켜이 쌓아올리면 에베레스트산(8844m) 높이의 탑 324개를 올릴 수 있는 물량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물량 폭주에 힙입어 우체국 쇼핑의 20년 누적 매출이 이번 설을 기점으로 정확히 1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세 가지 모두 남들이 몰라준다 해도 우정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디지털시대 우체국 우편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소포에서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표이기 때문이다.

사실 소포는 택배와 함께 쇠퇴하기는커녕 날로 번창하는 사업분야다. 소포와 택배를 굳이 구분하자면, 우체국에 물건을 가지고 가서 부치는 것은 소포, 집에서 배달원을 불러 부치는 것은 택배다. 우체국에선 소포라는 개념 속에 택배를 포함시켜 사용한다. 실제 사상 최고라는 설 소포 우편물의 대부분은 택배 물량이다.

‘물류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택배의 지난해 시장규모는 약 2조 원. ‘Door to Door’(문전에서 문전까지)에서 ‘Room to Room’(방에서 방으로), ‘Desk to Desk’(책상에서 책상으로)로 진화하면서 매년 20~30%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쇼핑과 TV 홈쇼핑이 성장하면서 아날로그시대에는 누구도 예상 못한 블루오션이 생긴 것이다. 우체국 택배는 블루오션을 차지하기 위해 민간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똑같은 상품으로 민간기업과 시장에서 승부하는 국가기관이 우체국 말고 또 어디 있을까.

국내 택배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다. 먹고 먹히는 M&A와 가격인하 경쟁이 연일 불꽃 튄다. 지난해 신세계가 이 시장에 신규 진출했고, CJ는 HTH택배를, 유진그룹은 중견 로젠택배를 인수했다. 올해에는 금호와 STX가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이 뛰어드는 이유는 택배시장의 두 가지 매력포인트 때문. 성장 유망하다는 점과 현재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이다. 유니온넷 컨설팅사업부 박찬석 이사는 “일본 택배시장의 성장추이를 고려해볼 때 국내 택배시장은 초기 성장 단계”라고 진단한다(우정정보 2006 가을). 성숙 단계인 일본의 택배시장을 닮아간다고 할 때 앞으로도 큰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우정정보에 따르면 택배시장은 2006년 상반기 기준 현대택배(8.7%), 한진(8.2%), 대한통운(7.8%), CJ GLS(7.3)가 각축을 벌이고, 그뒤를 우체국택배(5.3%)가 쫓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빅5 업체의 합계 점유율은 겨우 37.3%. 그만큼 군소업체가 많다는 얘기여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출혈경쟁에 나서면 중소업체의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우체국 택배는 살얼음판 전쟁에서 빅5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종탁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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