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온 정치인 ‘안 되겠네’

2006.04.18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인기는 연예인들에 비해 초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치이들은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자신의 인기나 지지도를 상승시키려는 안쓰러운 작태를 연출하기도 하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경우가 가수들의 공연장에 찾아오는 것이다.

음악이 좋다거나 혹은 그 가수가 좋다거나 하는 이유로 공연장에 찾아오는 것은 말릴 이유가 전혀 없다. 공연을 즐기고 돌아가는 길에 대기실에 들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사진 찍는 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도 당당히 초대권을 요구하고, 어느 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는지 묻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공연 중인데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느니, 출연진을 소개하고 싶다느니, 심지어 공연장에서 짧게 연설을 하겠다고 ‘협조’ 해 달라는 경우도 당해보았다. 어떤 지방자치단체장은 아예 공연 중 휴식시간, 출연진이 옷을 갈아입는 대기실에 난입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그들 정치인들의 행동에 양식 없음은 물론이며 양심 또한 찾아볼 수 없다. 대중음악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니 공연을 보고 싶다고 요청해와 티켓을 보내주면, 자신을 취재할 언론사를 불러와 본인이 공연을 관람하시는 모습을 촬영해 가시는 경우도 적지 않으시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들이 만나러 온 가수에게 자기가 좋아한다는 말은 죽어도 안 한다는 것이다. ‘우리 딸애’ 가 ‘우리 와이프’ 가 ‘우리 보좌관’ 이 좋아한다며 사인을 해 달라 하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은 또 무슨 ‘지랄’ 인지 모르겠다.

이제 곧 시작될 지자체선거에 입후보할 정치인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렇게 찍어간 사진과 과시한 친분으로 얼마만큼의 표와 지지를 얻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한번 휘젓고 간 공연장의 수많은 관객과 가수들과 스태프들은 참 뭣같은 기분이 든다는 사실이다.

공연장에 찾아와 대중음악,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스크랩되고 싶다면 적어도 공연 끝날 때까지 참아내는 인내력과, 공연 끝낸 가수들이 옷 갈아입고 만나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지혜, 그리고 가수의 단독공연에 와서 ‘오늘 다른 가수들은 안 왔나 보네요?’ 묻는 띨푼한 질문은 삼가셔야 할 것이다.

<공연기획자 한현민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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