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를 둘러싼 립싱크, 표절논란이 한참인 이때에 소망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실 이미 몇 번씩 빌었던 소원이라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이 기회에 또 한 번 공개적으로 빌어본다.
나의 소원은 우리 대중음악판에 꼭 필요한-구태의연하기 이를 데 없는 대중음악 방송을 위해서도-‘대중음악 정보프로그램’ 하나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다소 거창하고 복잡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일요일 아침 영화정보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은 예전에도, 지금도 철저히 ‘쇼’의 대상일 뿐이다. 영화나 클래식음악, 미술이나 무용 등 다른 예술장르에 있는 분석과 비평, 감상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없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영화 역시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 같은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을 분석하거나 비평적 안목을 가지는 것이 (방송에서)원천적으로 봉쇄되었던 시절.
그 당시 영화는 오늘날 대중음악처럼 철저히 감상의 대상이었으며 단지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영화를 주제로 하는 정보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감상의 틀을 소개받았고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대중음악은 여전히 ‘쇼’로만 남아 있고, 더욱 보이는 것만으로 채워지고 있다.
사실,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수뿐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평론가, 매니저, 작곡가, 작사가, 또 연주인들-이 나서 음악을 소개하고 이해를 돕는 방법과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음악도 때에 따라선 곡을 분석할 필요도 있고, 음악을 둘러싼 논란을 심층적으로 다룰 필요도 있다.
그러나 쇼 중심의 대중음악방송은 가수도 노래도 소위 그림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송은 얼마 되지 않는 아티스트를 고사시키며 대중음악의 문화적 성장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확보해주는, 대중음악 정보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가수들을 쇼맨에서 아티스트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