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와 저질 사이

2006.03.28

최근 며칠은 야구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그 전에는 쇼트트랙 선수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기쁨을 주었구요. 백남준 선생의 유작 ‘엄마’를 보면서 그의 천재성에 다시 한 번 감탄했고 지난주 도쿄를 방문해서는 아직도 식지 않는 ‘욘사마’를 비롯한 한류 열풍을 확인하고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스포츠와 문화만이 아니라 첨단 IT산업, 자동차와 조선산업까지 이제 세계 일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그런데도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각종 부적절한 언행으로 억장을 무너지게 만드는 정치인들과 소위 엘리트 집단들 때문입니다.
예전에야 “배고픔을 잊기 위해 물만 먹고 뛰었어요”라며 무조건 이 악물고 매달렸던 헝그리 정신으로 그들의 근성을 설명하겠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죠. 그런데 왜 스포츠나 문화 분야는 일류가 되는데 엘리트들만 모인 관료와 국회의원들은 갈수록 한심해지는 걸까요. 어떤 분은 ‘자율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의 그 분야에 재능을 보였고 일류 선수나 최고의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삽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인간 한계에 도전합니다. 그 누구도 괴롭히지 않고 자신을 가혹하게 밀어붙여 승리하는 그들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기쁨과 대리만족과 성취감을 느끼게 합니다. 항상 쉼없이 연습하고, 또 숱한 실패를 맛보면서도 다시 열정을 갖고 도전하며 절대 남의 탓을 하지 않습니다.

반면 의사, 법관, 국회의원, 장관 등은 대부분 본인의 재능이나 의지보다는 집안의 권유나 주변의 시선, 혹은 출세욕이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의대나 법대에만 몰리는 학생들, 고시촌과 한의대의 만학도, 각종 선거에 뛰어드는 예비 정치인들을 보면 ‘가슴이 뛰고 피가 끓어오르는 열정’ 때문은 아닙니다. 권력을 갖고 무조건 출세하려는 이들의 특징은 남들을 위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결국 남들만 괴롭힌다는 겁니다. 국민의 종이 되겠다며 나서서는 주인으로 군림하고, 남들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정치인들을 보면 알죠.

벌써부터 혼탁해지는 지방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인들 역시 꿈나무를 발굴하거나 ‘선거’나 ‘임명’이란 제도보다는 인성·도덕성 테스트 등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어떨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지금 그 시험을 본다면 다들 낙제점일 텐데….

<유인경 편집장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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