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관광객, 커피점 순례가 유행… 모모스커피 유명세
부산 영도구가 부산 관광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젊은 관광객 사이에서 영도의 특색있는 커피점을 순례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항구도시인 부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부둣가에, 그것도 폐창고를 개조해 만든 독특함으로 모모스커피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영도의 부상에 모모스커피의 흡인력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대기번호를 뽑고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는 후기를 봤던 터라 지난 6월 7일 오전 9시 개장 시간(폐장 오후 6시)에 맞춰 모모스커피로 향했다. 평일 오전이라 우리 앞에는 딱 한팀만 있었다. 대기 없이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 앤 커피바’라는 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손님이 원한다면 바(Bar)처럼 바리스타와 1 대 1로 대화할 수도 있다. 손님의 취향에 맞는 커피가 무엇인지 상담해주고, 원두를 생산한 농장 이야기부터 발효·가공 등 커피 생산 과정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부산 커피의 자존심
아내는 ‘페루 로렌조 게이샤 워시드’와 ‘프루티 봉봉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아내가 알아서 잘 시켰을 테지만 커피 문외한에 가까운 기자에게는 ‘게이샤’와 ‘아메리카노’만 친숙하다. 바리스타에게 선택한 커피의 특징을 묻자 페루 로렌조 게이샤 워시드의 경우 “깔끔한 게이샤(커피 품종의 하나)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은한 아카시아, 커피블라썸의 향미가 장점이라고 했다. 함께 시킨 프루티 봉봉 아메리카노는 “저희 시그니처 블렌딩의 하나로 산미톤이 밝고 가벼워 마시기 편하다”고 답했다. 게이샤의 경우 은은한 꽃차처럼 내렸을 때 가장 매력적이라는데 색도 연한 갈색이라 찻잎을 우린 듯했다. 마셔보니 부드러운 신맛과 과일향이 섞여 매력적이었다. 맛에 둔감한 기자도 확실히 일반 커피점의 아메리카노와는 급이 다르다고 느꼈다. 프루티 봉봉은 산미가 약간 있지만, 게이샤보다는 훨씬 묵직한 맛이 났다.
모모스커피 본점은 부산 금정구 온천장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2007년 대표의 부모가 식당을 운영하던 자리 옆에 4평짜리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낸 게 시작이었다. 당시 부산에 몇대 없던 로스팅 기계를 들여놓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사업이 점점 커지다 보니 부모가 운영하던 식당도 매장으로 변했다. 공동대표인 전주연씨가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21년 월드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우승자인 추경하 바리스타가 합류하면서, 모모스커피는 세계 최정상급 바리스타를 2명이나 보유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모모스커피는 유명세를 타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기보다 부산의 로컬 브랜드로 승부를 거는 방법을 택했다. 정주은 모모스커피 이사는 “부산에서 자리를 잡다 보니 서울로 가기보다는 부산에서 좀더 잘하고 싶은 ‘로컬 부심’이 생겼다”면서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찾아왔을 때 진짜 부산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영도가 아닐까 생각을 해서 이 창고를 소개받아 로스터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사실 한국 커피의 허브다. 한국에 들어오는 커피의 95%가 부산항을 거치기 때문이다. 국내 커피 문화가 태동한 이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모모스커피의 아카이브 전시 공간을 가보니 1946년 발행한 신문기사 한꼭지가 눈에 띈다. 부산항으로 브라질 커피가 입항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였다. 모모스커피는 부산의 커피 문화를 알리는 노력과 함께 부산 지역 업체와 작가를 응원하는 협업 상품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모모스커피는 2011년부터 커피 산지를 직접 찾아가 원두를 구매한다. 커피 생산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그들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커피의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면서 커피가 입고돼 로스팅을 거쳐 포장·출고되는 과정을 유리 너머로 다 볼 수 있도록 했다. 매장 내 창고에는 일주일 분량을 채워놓는데 커피 향을 잃지 않도록 18도, 55% 습도를 24시간 365일 유지한다. 바리스타들이 커피 원두를 볶는 로스터링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를 자동화하는 시설도 갖췄다. 1t 정도 들어가는 탱크 12개에 블렌딩에 사용할 커피 원두를 채워놓고, 제품을 선택하면 그에 맞춰 자동으로 각 탱크에서 블렌딩에 필요한 원두들이 로스팅 기계로 옮겨진다.
선진적인 시스템에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을 2명이나 보유한 이곳에 바리스타로 일가를 이루려는 인재들이 모인다. 커피를 내려준 김태환 바리스타도 제주도에서 일하다 커피를 더 배우고 싶어 이곳으로 왔다. 그는 “전주연 대표가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을 하면서 이쪽에 오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산지에 대한 정보나 퀄리티 콘트롤(QC) 같은 운영 노하우는 물론 다채로운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 바다를 즐기는 정답, 스카이캡슐
모모스커피를 나와 해운대 스카이캡슐을 타러 청사포 정류장에 도착했다. 해안 절경을 7~10m 높이의 공중 레일을 오가는 4인승 캡슐에서 구경할 수 있다.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2㎞를 운행하는데 성인의 걷는 속도와 비슷해 느긋하게 파도와 바람소리, 푸른 바다와 소나무숲을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캡슐 아래로는 해변열차가 다닌다. 미포에서 송정역까지 4.8㎞를 왕복한다. 스카이캡슐의 4배 정도 속도로 달린다. 중간에 달맞이터널과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등에서 서므로 종착역까지는 약 30분 정도 걸린다. 캡슐이나 열차를 편도만 타고, 돌아오는 길엔 산책을 해도 좋다.
미포정류장에서 스카이캡슐을 타면 바다를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해운대 인파가 몰려 대기시간이 길다. 어린아이들이 있다면 청사포에서 타기를 권한다. 평일 오전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선 거의 바로 탈 수 있었다. 미포에 도착해 해운대 해수욕장에 갔다. 흐린데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제법 쌀쌀하기까지 해 이런 날씨라면 6월에도 긴 소매 옷을 챙기길 권한다. 기자는 차를 가져오라는 아내 말을 듣고, 혼자 다시 청사포까지 걸어갔다. 바닷가를 끼고 소나무숲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이만한 풍광을 자랑하는 산책로를 찾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미포·청사포 중간에 있는 몽돌해변은 꼭 들러볼 만하다. 어른 주먹만 한 조약돌들이 파도에 쓸려 굴러가는 소리가 ‘촤르르’ 들려 청량감을 더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