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야기

마스크는 걱정 마세요

노도현 기자
2020.09.07

각 생산업체 꾸준히 생산량 늘리고 신규업체 많아져

“필요할 때 언제든 오시면 돼요.”

지난 8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계산대 한편에 KF94, KF80, 비말차단용 등 각종 마스크를 쌓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내고 있었다. 약사는 “마스크는 무리 없이 잘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약국. 진열대 두 개를 마스크가 꽉 채웠다. KF80 마스크를 꺼내들자 약사는 “다른 종류도 들어왔다”며 구석에서 있던 다른 업체의 마스크를 보여줬다. “예전처럼 줄 서서 사는 일은 또 없겠죠?” 계산하며 물었다. “앞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지만, 지정 요일에 줄 서서 공적 마스크를 사던 지난봄과는 180도 다른 풍경이다.

8월 18일 경기도 수원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사진을 모아 만든 ‘마스크가 답이다’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 18일 경기도 수원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사진을 모아 만든 ‘마스크가 답이다’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에 마스크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 더 쟁여놔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온다. 하지만 마스크 대란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와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8월 중순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마스크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산한 8월 17~25일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마스크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보다 421% 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마스크 매출도 전주 같은 요일 대비 379% 증가했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도 같은 기간 마스크 매출이 174% 늘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도 마스크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여름에도 KF 마스크의 인기가 좋다.

한 주 마스크 생산량 2억개

이 같은 상황에도 업계에선 마스크 생산·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각 생산업체에서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왔을 뿐 아니라 생산에 뛰어든 신규업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마스크 대란의 경험으로 마스크를 넉넉히 구비해 두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던다.

마스크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 관계자는 8월 25일 통화에서 “워낙 수요가 많아 추가적인 긴급발주는 받기 힘들지만 수급은 잘되고 있다. 생산 직원들이 주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위탁생산(OEM) 방식으로 마스크 공급을 시작해 직접 생산도 준비 중인 쌍방울 관계자도 “업체들이 마스크 대란을 겪고 대비해왔을 것이기 때문에 공급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마스크 수급 상황 역시 안정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8월 3주(17~23일) 의약외품 마스크 총생산량은 2억512만개다. 보건용 마스크(KF80·KF94) 1억434만개(50.9%),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 8345만개(40.4%), 수술용 마스크 1733만개(8.4%)다. 지난 2월 말 집계 이후 주간 마스크 생산량이 2억장을 넘은 건 처음이다. 마스크 수입도 7월 1주 최고치를 기록한 뒤 다소 하락세에 있으나 주간 1000만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식약처 양진영 차장은 마스크 생산·공급 동향 브리핑에서 “주간 생산량 2억장 돌파는 ‘공적 마스크’로 공급된 기간(3월 6일~7월 11일)에 국민이 최대로 구입했던 구매량인 4315만개(6월 15일~21일, 1인 10개까지 구매)보다 4배 이상 되는 양”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마스크를 조금 더 많이 사용하시더라도 충분한 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가 진열돼 있다.(사진 위)/ 연합뉴스, 8월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 점원과 구청 직원이 카페 내부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사진 아래) / 성동구 제공

8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가 진열돼 있다.(사진 위)/ 연합뉴스, 8월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 점원과 구청 직원이 카페 내부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사진 아래) / 성동구 제공

마스크 생산 역량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보다 크게 높아졌다. 마스크 생산업체는 1월 말 137개사에서 현재 396개사로 2.9배 많아졌다. 마스크 품목은 1월 말 1012개에서 2179개로 2.2배 뛰었다. 지금도 신규업체들이 진입을 준비 중이다. 통계청이 마스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온·오프라인 모두 안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KF94 마스크의 온·오프라인 가격은 1300~1700원대, 비말용 마스크는 600~700원대다. 앞서 공적 마스크(KF80·KF94) 가격이 1500원이었다. 식약처는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코로나19 초기와 같이 마스크 공급 부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만에 하나 수급 불안이 가시화될 경우 즉시 공적 개입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도 수급 안정화에 한몫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의약외품에 대한 매점매석 단속을 담당한다. 9월 30일까지 적용되는 기획재정부의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가 그 근거다. 마스크 제조·유통업체가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한 물량을 5일 이상 보관하면 매점매석으로 간주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식약처는 공적 마스크 판매가 끝난 지난 7월 12일부터 10여일간 과도한 물량을 창고에 쌓아둔 매점매석 행위를 집중단속한 결과 11개 업체, 마스크 856만장을 적발했다.

뭘 쓰냐보다 어떻게 쓰냐가 중요

“마스크의 종류보다는 마스크를 벗지 않고 제대로 착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장시간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턱에 걸치거나, 아니면 코를 내놓고 입만 가린다거나 하는 부적절한 마스크 착용이 훨씬 더 문제가 됩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8월 23일 보건용 마스크 대신 비말 차단 마스크를 써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식약처는 미세입자나 비말 차단 성능이 검증된 의약외품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마스크를 착용할 땐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입과 코를 완전히 가린다.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턱스크’나 코를 내놓고 입만 가리는 ‘입스크’는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없다.

실내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카페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기 전후나 대화할 때도 마스크를 쓰도록 한다. 매장 방문자를 비롯해 가족, 지인 등 6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파주 스타벅스에서 마스크를 잘 쓰고 있던 직원 4명은 모두 감염을 피했다. 잠시 벗어야 하면 오염되지 않도록 깨끗한 봉투에 보관한다. 최근 유행하는 마스크 목걸이를 이용할 땐 마스크 안쪽 면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환기가 어렵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용한 마스크는 교체하는 것이 좋다. 땀이나 물에 젖은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잠시 사용했을 땐 같은 사람에 한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귀에 거는 끈만 잡아 벗은 뒤 바깥면을 안쪽으로 접어 돌돌 말아 끈으로 묶고 소독제를 뿌려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 소독제가 없으면 비닐봉지에 넣어 버린다. 이후 손 씻기는 필수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