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야권극장’ 더민주는 주연인가 조연인가

지난해 프로야구에서는 ‘○○극장’이라는 단어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타고투저(打高投低·타율이 높고 투수력이 약함) 현상 때문에 승부가 뻔했던 경기가 뒤집히고 다시 재역전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이런 경기를 두고 팬들은 팀이나 구장, 선수 이름을 넣어 ‘○○극장’이라 불렀다. 극적인 장면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투수력이 약했던 한화팀을 빗대어 ‘한화극장’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올해 4·13 총선에서 야권은 그야말로 ‘야권극장’이 됐다. 안철수 의원 주도의 국민의당 영향력이 금방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계속 돌풍을 일으켰다.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실제 태풍이 됐다. 반대로 탈당이 이어지고 호남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이 고전했다.

하지만 반전은 남아 있다. 김종인 전 의원이 1월 14일 더민주의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야권극장은 그야말로 흥행대박을 터뜨렸다. 제1야당을 지키기 위한 더민주와 이를 쟁취하기 위한 국민의당의 경쟁은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설까지 제1야당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귀향과 귀성이 뒤섞이는 설 기간이 두 야당의 명줄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간경향>은 두 야당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각축전의 속살을 들여다보았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은 요즘 거의 휴점 상태다. 의원은 물론 보좌진까지 대부분 지역구로 출동했다. 텅빈 주차장이나 의원실의 잠금장치에 나타나는 ‘보안 중’이라는 문자가 의원회관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그나마 문을 연 의원실 역시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야당의 경우는 매일같이 들려오는 탈당 소식에 더욱 착잡해졌다.

범친노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ㄱ의원 측은 친노로 분류되는 ㄴ의원의 지역구를 심각한 예로 들었다. ㄴ의원의 지역구에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뒤숭숭하다. 여기에다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인사가 이 지역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절부절못한다는 것이다. ㄱ의원 측은 “우리 지역구는 호남향우회가 여러 개 있어서 다행인데, ㄴ의원의 경우에는 호남향우회가 하나뿐이어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남향우회가 여러 개인 지역구는 향우회끼리 약간의 반목이 있어서 어느 한 단체가 한쪽 편을 들면 감정상 다른 편을 들게 되는데, 향우회가 하나인 곳은 동교동계의 탈당이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의원과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단 및 중진 위원들이 1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의원과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단 및 중진 위원들이 1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친노 의원들 국민의당 후보에 촉각
또 다른 친노 의원인 ㄷ의원의 사무실 역시 국민의당에서 후보를 낸다는 이야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ㄷ의원의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한 인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당내에서 분란이 생기자 ㄷ의원의 보좌진은 “이럴 바에는 탈당할 의원들은 빨리 나가줬으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넋두리했다. 하지만 줄줄이 탈당하고 난 뒤 남은 것은 지역구에 등장할 속칭 ‘친노 저격수’다.

탈당 후보로 거론되는 의원실도 마찬가지로 심정이 복잡하다. 탈당하자니 더민주에서 새로운 인물을 공천할 것이 뻔하다. 그대로 남아 있자니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국민의당에서 새로운 후보가 출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ㄹ의원의 보좌진은 “탈당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되고, 잔류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꼼꼼히 분석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해 의원에게 줬다”고 말했다.

호남이 지역구인 주류 측 잔류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 의원의 핵심 보좌진들은 모두 호남으로 내려갔다. 옆 지역구에서는 줄줄이 탈당했다. 이 가운데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시 갑)은 기자회견을 통해 잔류를 선언했다. ㅁ의원 측 역시 주변 호남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하자, 잔류 선언문을 준비했다고 한다. 아예 각오를 하고 선거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ㅁ의원 측은 “호남 지역구에서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면서 “더민주라면 지역주민들이 ‘왜 탈당하지 않느냐’는 감정적인 말부터 먼저 꺼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석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자 호남지역 의원실은 더욱 복잡해졌다. ㅂ의원 측은 “지금은 변수가 상수보다 더 많아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선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주에서 시작된 탈당 바람은 전남을 돌고 전북을 삼킬 기세였다. 한 의원이 탈당하면 더민주에서는 새로운 영입인사가 발표됐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주류 측 인사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번에 영입된 인사들을 어떻게 보나요”라고 주위에 물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길은 영입 인사보다 탈당 인사에 갔다. 가장 큰 고비는 1월 12일 권노갑 전 상임고문의 탈당이었다. 같은 시간대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더민주 입당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동교동계의 좌장이라는 권 전 고문의 상징적 위치에 비교한다면 입당보다 탈당이 몇십 배의 위력을 가졌다.

주류 측에 더욱 곤혹스러운 내부 상황은 당에 남은 의원들조차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범친노나 친노로 분류되면서 문재인 대표를 적극 옹호하던 인사 가운데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은 초상집처럼 변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김종인 전 의원 영입으로 반전 노려
하지만 대반전 카드가 1월 14일 던져졌다. 신학용·김승남 의원이 탈당하는 날, 더민주는 거물급 정치인 영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전 의원이 더민주에 영입된 것이다.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반전의 기회가 온 것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는 탈당 대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점, 당내 불만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수겸장의 카드가 된 셈이다. 그동안 더민주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시작으로 문병호·유성엽·황주홍·임내현·김동철·최재천·권은희·김한길·김영환·김관영·최원식·주승용·장병완·신학용·김승남 의원 등 16명의 현역의원이 탈당했다. 게다가 박지원·김영록·이윤석·이개호·박혜자 의원 등 5명이 탈당을 예고했다.

남쪽에서 시작된 탈당 바람은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까지 옮겨붙기 전 전북에서 일단 브레이크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 의원 9명이 잔류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ㅅ의원 측은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ㅅ의원 측은 “이 결정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가 브레이크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종인 카드는 당 내부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데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당 내부에서는 박영선 의원의 선대위원장 카드를 유력하게 밀고 있었다. 더민주의 핵심 관계자는 “당내 386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의원이 아니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요구하면서 문 대표가 이를 받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카드가 지지부진하면서 결국 김종인 카드가 던져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박 의원을 모시려고 했다면 당 내부에서 사전에 소장 의원들이 정지작업이라도 해야 하는데, 지난해 비대위원장 시절 박 의원과 소원해진 의원들이 많아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박 의원이 선대위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일부 최고위원의 반대를 넘어서야 하고, 또 사이가 좋지 않은 일부 중진의 반대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일단 김 전 의원은 당내의 추인을 받아 선대위원장이 됐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김종인 전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짝을 맞췄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경우와는 달랐다. 지난해 박영선 비대위원장 시절에 이 교수를 영입하려 했으나 강경파 의원들에 의해 좌절된 바 있다. 이번에는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을 내세워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 논란을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불만이 쌓였던 중진들 사이에서도 김종인 카드는 ‘오랜만의 절묘한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주류 중진으로 분류되는 강창일 의원은 김종인 카드에 대해 “잘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문 대표가 좀 더 의원과 소통한다면 당의 상황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에서는 경제민주화를 표방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김 전 의원이 운동권 출신 의원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으로서 공천권을 휘두를 경우 386 출신 의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함께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운동권 출신 강경파 의원과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표지이야기]‘야권극장’ 더민주는 주연인가 조연인가

문 대표 사퇴 여부, 또 하나의 딜레마
주류 측 한 관계자는 “이번에 영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라”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이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지난해 12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시작으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수혁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 오기형 변호사, 김빈 빈컴퍼니 대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을 영입했다. 이 같은 신진 인사의 영입은 주로 최재성 의원이 맡고 있다. 보통 이들 인사를 올려놓고 새벽 1시를 넘어서야 영입이 결정되고 다음날 발표하는 식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들 인사는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더민주는 운동권 출신이나 시민단체 출신이 이미 많은 정당으로, 국민들의 대의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너무 많이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재 영입에 있어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종인 카드가 운동권 출신 인사 영입 배제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당내에는 묘한 역학관계가 형성돼 있다. 친노, 엄밀하게 말하자면 친문(친 문재인) 세력과 386 세력 사이에 연합군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더민주의 주류 내부에서도 이들 간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노나 친문 의원들이 비록 운동권 출신이긴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종인 카드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선대위원장에 오르자마자 단독 선대위원장이냐, 공동 선대위원장이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단독 선대위원장’이라는 문 대표의 발언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김 선대위원장에 전권을 부여하는 문제, 문 대표의 사퇴 여부는 말끔히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 선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적인 발언일 뿐 명백히 당헌·당규에 선대위원장의 역할이 명시된 만큼 제한적으로 역할을 할 뿐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친노인 홍영표 의원은 “이런 논란은 논란을 위한 논란일 뿐”이라면서 “김 선대위원장이 사실상 비대위원장과 같은 성격의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앞으로 친노라든지 주류가 선거에 끼어든다는 비난을 받을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측 핵심 관계자는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전적인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 대표의 사퇴다. 그동안 탈당 의원들은 당내에서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줄곧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혁신위의 혁신안 실천과 야권 통합을 전제로 한 사퇴를 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 대표 측의 주장이다. 때문에 탈당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탈당사태가 이어졌다.

문 대표는 지난해 조기 선대위 발족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선거 관련 업무는 선대위에 넘기고 인재영입과 일상적인 당대표 업무에 전념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김 선대위원장은 1월 15일 문 대표의 사퇴 질문에 “나는 그러리라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문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문 대표 역시 이전 발언과는 달리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당대표직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오래전부터 문 대표가 대표직 사퇴에 대해 이야기해온 원칙이 있다”면서 “(김 선대위원장 영입 이후에도) 그 원칙과 다르지 않는데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문 대표가 마지막 극약처방으로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탈당 의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국민의당이 안철수 의원의 사당(私黨)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라면서 “안 의원이 성공하기 위해서 대표고 공천권이고 모두 실력 있는 인사에게 맡겨야 하듯이, 마찬가지로 문 대표 역시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권력을 내려놓은 정치인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당의 부상, 더민주의 고전으로 한 차례 대전환의 고비를 맞았던 야권 두 당의 경쟁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쪽이 흔들리면서 평형을 잃던 추가 다시 제자리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의 초반 기싸움에서 선공의 국민의당이 다소 주춤하게 되고, 다시 고삐를 더민주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같이 팽팽한 두 당의 경쟁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하나는 ‘누가 더 세냐’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총선 전에 연대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여론조사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백중세이지만 선거구도 상으로는 더민주가 불리하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더민주를 지지하는 세력은 주로 20~30대인데 투표율이 낮다”면서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세력의 중심에는 호남표가 있어 투표율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더민주의 한 의원은 “여전히 문제는 호남”이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돌아선 호남지역과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호남 유권자들이 있거나 이들의 입김이 센 지역의 의원들은 탈당하고, 반면 호남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비교적 낮은 곳에서는 탈당하지 않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당 지원보다 각자도생의 길”
호남을 새롭게 장악한 국민의당이 든든한 텃밭을 갖고 있는 한 두 야당의 팽팽한 대결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한쪽 일방이 강해져 우열이 드러나길 바라는 야권 성향의 전략적 선택이 잠재돼 있지만 선택 기준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짧게 보면 설 민심을 놓고 양당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혈전을 벌일 것”이라면서 “길게 보면 대선 주도권을 놓고 한판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쪽에서는 호남의 한 끈을 잡기 위해 천정배 의원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1월 14일 문 대표가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을 발표하면서 호남 출신 공동선대위원장을 언급한 것도 천 의원의 국민회의와 합당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민주 쪽에서는 국민의당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통합 대상으로 정의당과 국민회의를 꼽고 있다.

두 당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연대의 가능성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 센터장은 “양쪽 지지층의 이질성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일각에서는 호남에서는 서로 경쟁을 하더라도 수도권에서는 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과연 두 당이 수도권 지역에서 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홍 소장은 “여론조사로 봤을 때 한쪽으로 힘이 잘 기울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두 정당이 공멸의 위기가 온다면 손을 잡게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의 격렬한 주도권 싸움은 4·13 총선에서 또 다른 국면을 조성할 수도 있다. 윤희웅 센터장은 “야권끼리 누가 더 우세한가, 누가 주도권을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경쟁하다 보면 야권에서는 정권에 대한 비판 프레임이 약화되고 정부의 실정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향해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더민주 의원들은 여의도 소식을 뉴스로만 듣고 실제로는 지역구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각자의 조건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국민의당 후보가 뛰고 있고, 어떤 곳에서는 국민의당에서 유력 후보가 출마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호남향우회가 반기를 들었는가 하면, 어떤 곳은 호남 출신 주민들이 적고 오히려 친노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많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금은 당의 지원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각자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 다시 만나는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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