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365일 근무’ 땐 연차수당 11일치, 366일 땐 26일치?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대표변호사
2024.08.05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023년 여름이 될 무렵, 홍 사장은 2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그중 1명인 지훈(가명)은 26세의 청년으로, 열정적이고 성실해 보였습니다. 그는 하루의 휴가도 쓰지 않고 매일 출근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홍 사장은 지훈의 모습을 보며 기특하게 생각했고, 그의 노고를 인정해주기 위해 특별 보너스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지훈은 애초부터 1년+1일 일하고 26일치 연차수당을 받아 나갈 계획이었습니다. 2024년 초여름 즈음, 1년이 지나자마자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홍 사장은 당황스러웠지만, 지훈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퇴사 당일, 지훈은 26일치 연차수당을 요구했고, 홍 사장이 지급하지 않자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홍 사장은 노동청을 나서며 “20년 장기 근속한 직원이 퇴직할 때도 이렇게 수당을 많이 받지는 않았는데…”라며 힘겨워했습니다.

■1년 차 연차 논쟁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주어야 하고(제60조 제1항),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도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합니다(제60조 제2항). 이 규정의 해석상 하루 이틀 차이로 제법 큰 돈을 청구하거나 못할 수 있습니다.

①‘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 예를 들면 364일 근무하고 퇴사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 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16다48297)고 봤습니다. 따라서 1년에서 하루만 빠져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②‘딱 1년을 채우고 퇴사하는’ 근로자의 연차휴가 일수가 11일인지, 아니면 26일(11+15)인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1년에 26일이라는 해석을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닌 11일이라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1다227100). 제60조 제1항과 제2항을 중첩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고, 장기근속 근로자와 형평에도 반한다는 이유였습니다.

③한편, ‘1년 초과 2년 이하’ 근로자의 경우의 수입니다. “1년을 초과하되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최초 1년 동안의 근로 제공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따른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최초 1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에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15일의 연차휴가까지 발생함으로써 최대 연차휴가 일수는 총 26일이 된다”라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1년 3개월을 일한 경비원의 연차는 총 26일이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22다245419). ②와 달리 ③에서는 제60조 제1항과 제2항을 중첩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서두의 사례에서 지훈은 뉴스를 통해 ③대법원 판례를 알게 됐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366일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1년 하루 근무한 사람과 2년 다 채운 근로자의 연차수당이 판례상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홍 사장은 지훈의 퇴사를 통해 그런 노동법 판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홍 사장은 ‘근로자가 1년 하루 근무한 경우와 2년 다 채운 경우를 비교해서 비례적으로 수당을 주는 게 맞지 않나?’라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열네 번째 부당해고 구제신청

대구에 있는 어느 식당은 평소와 다름없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된 A는 아직 적응 중이었습니다. 음식 조리, 재료 손질, 설거지 등 일이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A는 입사하자마자 쉬고 싶었습니다.

주방 문이 열리고, B대표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주방에서 A를 찾아 다가갔습니다. “왜 늦게 왔어요?” B대표의 목소리는 냉랭했습니다.

A는 잠시 멈칫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조금 일이 있어서….”

“오늘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벌써 25번이나 지각했어요.”

A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근무시간 동안에도 A는 자주 흡연을 하러 자리를 비우곤 했습니다. B대표는 이런 모습을 보고 계속해서 주의를 주었지만, A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만두세요. 오늘부로 해고입니다” B대표는 차갑게 말하며 해고 통보서를 건넸습니다. A는 종이를 받아 식당을 나섰습니다. 알 듯 모를 듯한 표정과 함께.

그 후 A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습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A가 근로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 그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A는 굴하지 않고 법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대구지방법원에 해고 무효확인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대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고는 총 27일 중 25일을 지각했고, 근무 중에도 자주 자리를 비웠다. 또한 피고의 업무 지시를 지속적으로 거부했으며, 근무태도 역시 불량해 음식점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다. 피고는 이런 상황에서 원고를 해고할 정당한 사유가 있으며,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대구지방법원 2024. 5. 16. 선고 2023가합206538 판결)

■편파적이어야 한다 v 균형적이어야 한다

“노동법은 불편부당하지 않고 근로자를 위해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법률”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매일노동뉴스·2010. 1. 26자 ‘노동법이 근로자 편향인 이유’) 장시간 노동, 저임금, 양극화, 불평등 안전하지 않은 작업 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근로자가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노동법에서만큼 ‘균형’이라는 관념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법에도 ‘내재적 한계’는 존재합니다(노동조합에도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2004도227 판결 참고). 특히 소규모 사업장, 자영업자에게는 일부 제도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기는 합니다. 첫 번째 사례에서 홍 사장은 ‘현행법이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는 정규직 근로자 대신 ‘1년 기간제 근로자’를 뽑기로 했습니다.

한편 두 번째 ‘열네 번째 부당해고 신청 사건’에서 판결 이유 중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습니다. “원고는 2018년 이후로 2023년까지 노동위원회에 총 14회에 걸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는데, 이 사건 음식점에서 근무하기 이전에 각 사업장에서의 근무경력이 열흘 내지 석 달의 단기였고, 그 대다수가 소규모 사업장이었던 점, 원고가 합의금을 수령하고 화해함에 따라 구제신청사건이 종결된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원고가 지각을 하거나 사용자의 지시를 불이행하는 등의 비위행위를 반복한 것이 단순히 원고의 불성실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엿보인다.” 즉 경험상 일부러 해고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대표변호사 lawyer_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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