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구의 한 실내 동물원에 취재를 다녀왔다. 지하의 실내 동물원에 7년을 갇혀 살던 백사자 부부가 마침내 야외 방사장이 있는 동물원으로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이사 가기 전 백사자들이 살던 서너 평 남짓의 전시장은 햇빛도, 바람도 들지 않는 말 그대로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백사자 전시장 외에도 동물원 환경은 열악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5월 영업을 중단했다는 실내 동물원은 위생 상태조차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온갖 오물을 모아 몇 년을 썩혀야 날 것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서 그런지 꺼져 있는 전등이 많아 어두컴컴했다.
사막여우 전시장이었다는 유리상자는 잘 쳐줘 봐야 이사 박스 크기였다. 손님들이 만지기 체험을 하는 용도(?)로 따로 전시된 사막여우였다고 한다. 하이에나가 2년 동안 갇혀 있었다는 철제 케이지는 배설물 때문에 바닥이 다 삭아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공간 같았다.
백사자와 다른 동물들이 실내 동물원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경매를 통해서였다. 관리비를 내지 못한 주인 때문에 동물들이 결국 경매에 넘겨졌는데, 사정을 알게 된 대구의 또 다른 동물원 네이처파크가 이들을 낙찰받아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236마리가 1억3100만원에 팔렸다. 더 나은 곳으로 가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동물을 철저하게 물건으로 취급하는 수단을 통해서야 동물들이 생명체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을 누리게 된 상황이 씁쓸했다.
취재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중에서도 신경 쓰이는 것은 ‘우리 지역에도 열악한 실내 동물원이 있다’는 댓글들이었다. 지난해 말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앞으로 동물원은 동물에게 적절한 서식 환경을 갖추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 동물원에는 5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어떤 동물에게는 5년이 평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요즘도 가끔 네이처파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내 동물원에서 옮겨간 동물들의 근황을 염탐한다. 150평 규모의 야외 방사장을 차지하게 된 백사자 부부는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비를 맞아봤다고 한다. 비가 오는데도 풀밭에 엎드려 있는 백사자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빈혈 때문에 픽픽 쓰러지던 하이에나는 온갖 특식 덕분에 살이 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물원 우리 안.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자연을 되찾았을 뿐인데도 훨씬 편안해 보이는 동물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끔찍해 하는 실내 동물원은 결국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던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닐까.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전시되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애초에 실내 동물원 같은 게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인간이라서 미안해지는 하루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