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온 사과…노모는 103일을 기다렸다

고 강보경 디엘이앤씨 하청노동자의 어머니 이숙련씨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디엘이앤씨 본사 앞 분향소에서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맞대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고 강보경 디엘이앤씨 하청노동자의 어머니 이숙련씨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디엘이앤씨 본사 앞 분향소에서 아들의 영정에 얼굴을 맞대고 있다. 성동훈 기자

“회사에서 누구라도 와서 영정에 꽃이라도 놓아 주면 내 마음이 좀 풀릴 긴데… 아무도 그래 안 하네예.”

고 강보경씨(29)가 세상을 떠난 지 97일째 되던 지난 11월 16일, 서울 종로구 디엘이앤씨 본사 앞 분향소에서 먼저 간 아들의 사진에 볼을 맞댄 이숙련씨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들 강씨는 지난 8월 부산 연제구 신축아파트에서 디엘이앤씨 하도급업체인 KCC 소속 일용직으로 일하다 창호 교체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 방지 고리, 안전망 등 안전장치는 없었다. “유리창 잡고 떨어질 때 얼마나 놀랐을까. 그걸 생각하면 잠을 못 잡니더. 너무 억울해서….” 이씨가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디엘이앤씨 산하 공사 현장에선 7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8명이 숨졌다. 지난 8월 말 고용노동부가 디엘이앤씨를 압수수색 했지만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어머니 이씨가 일흔의 노구를 이끌고 1인 시위와 각종 집회에 나선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1월 20일, 디엘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와 KCC 정재훈 대표이사는 강씨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튿날 디엘 그룹은 “고 강보경 님과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8명의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강씨가 사망한 뒤 103일 만이었다.

<사진·글 |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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