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인사'의 빛과 그림자

2004.02.26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는 노무현 정부의 집권 1년 결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는 정찬용 인사수석과 함께 인사의 양축으로 노무현 정부를 세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인사로 승부할 것이다."

'코드 인사'의 빛과 그림자

인사는 만사다. 인사는 권력을 낳는 힘의 원천이다. 그 힘에 의해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게 과거 정부에서 흔히 벌어진 일이었다. 인사시스템화를 통해 정책방향 설정과 결정을 투명화하겠다는 게 참여정부의 인사원칙이었다. 참여정부는 사실 인사시스템화를 통해 정실인사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국민인사제안제도 ▲5단계 선정방식 ▲다면평가제 실시 ▲개방형 직위 공개채용(134개 지위) ▲정부산하기관 임원 공개모집 ▲인사 로드맵 제시 등이 그 사례다. 인사시스템화란 청와대와 정부부처 조직의 기능화와 실무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비서진은 단순한 비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권력투쟁, 즉 권력 내부의 주도권 싸움은 과거 정부에 비해 많이 줄었든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는 2월 25일로 집권 1년을 맞는다. 노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이런 다짐에 합당한 인사정책을 운영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 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부분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있던 각종 인사에서 5단계 선정방식이나 다면평가 등이 작동되지 않았다.

장관 평균수명 7.2개월

'코드 인사'의 빛과 그림자

청와대 장관급 비서관 3자리(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보좌관)도 모두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 차관급 비서관 9명 중 3명(권오규 정책수석-박주현 참여수석-조윤제 경제보좌관)만 남아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7일 직접 조각 배경을 설명하면서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면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부처라도 2년에서 2년 반 정도는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약속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인적 자원의 취약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ㅇ의원은 "노무현 정권은 사실 급조된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지난해 2-28 조각과 초기 청와대 인선에서 '보이지 않는 시혜적 인사'가 남용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집권 초 386 세력을 중심으로 한 '공신그룹'와 지적 후원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수위원 등은 거의 중용되거나 '높은 자리'를 거쳐갔다. '공신' 중에 염동연-이강철-안희정씨를 제외하곤 대부분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28명의 인사 중 임채정 전 인수위원장과 박부권 전 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을 제외하고 모두 중용되거나 고위직에 추천됐다.

보수언론에서는 이를 '코드인사'라고 비난했다. 지지기반인 민주개혁 진영 일각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인맥인사'라고 혹평했다. 피아(彼我) 구분이 분명한 인사가 결국 정권 담당 세력의 자질 및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판인 셈이다.

'코드 인사'의 빛과 그림자

이같은 현상은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도 관계가 있다. 노 대통령은 한 번 쓴 사람은 '용도폐기'하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잦은 실수를 이유로 경질한 뒤 아무 보직없이 3~4개월이나 총무비서실에 남겨뒀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열린우리당의 요구에 못이겨 총선에 차출될 장-차관은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윤덕홍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 등 6~7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도 문희상 전 비서실장, 유인태 전 정무수석, 문학진 전 정무비서관을 비롯 10여 명이 징발됐다. 특히 장-차관 인사 중에서는 노골적으로 출마에 거부감을 보인 인사도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지난 1월 "내가 정치를 아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이강철 외부인사영입단장은 "4-15총선 이후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면서 "지금 장-차관을 지낸 이들만큼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에 대해 "노무현 행정부는 '국회의원 후보 양성소로 전락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잦은 인사교체는 소수 세력이란 노무현 정권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택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잦은 인사에 대해 "국정 운영의 리트머스가 된 인사" "인사 실패는 코드 실패"라고 비판한 뒤 "잦은 인사는 국정안정성을 저해하고 국정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지적에 수긍한 박기태 경주대 교수(언론학)도 "보이지 않은 시혜적 인사가 남용됐는지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최고통치자가 정책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각료와 비서진을 바꾸는 것은 비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행정부는 국회의원 후보 양성소"

'코드 인사'의 빛과 그림자

이 부분은 전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관이다. 과거 정부에선 NSC는 일종의 상징적 기능을 맡았으나 노무현 정권에서 실질적인 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NSC에서 외교-안보-통일-국방을 종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당연히 NSC 이종석 사무차장에게 파워가 쏠렸다. 외교통상부 장관(윤영관)를 비롯해 국가안보(나종일)-외교(반기문)-국방(김희상)보좌관이 모두 물러났으나 이 차장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NSC의 종합분석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안보-통일-외교 분야 모두 부처를 대변하는 입장에 서서 일처리를 한 것과 비교된 것 같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중국 국빈방문을 했을 때 '당사자주의'에 대한 해석 문제에 대해 기자들이 당시 외교보좌관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반 장관은 이에 대해 "나의 (행정부 내) 권력서열은 23위"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노 대통령과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 차장에 대한 불만 토로로 비쳐졌다. 물론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은 NSC의 업무"라면서 "정상회담이 외국에 있는 경우 NSC 비서관 4명이 수행, 실무적인 일을 맡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권력교체에 의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의 조직과 인물이 확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직과 인물의 조련사인 국가 최고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인사전략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참여정부 출범 후 바뀐 장관
부 처 전 현
재정경제부 김진표 이헌재
산업자원부 윤진식 이희범
교육인적자원부 윤덕홍 안병영
행정자치부 김두관 허성관
해양수산부 허성관-최낙정 장승우
건설교통부 최종찬 강동석
환경부 한명숙 -
농림부 김영진 허상만
외교통상부 윤영관 반기문
노동부 권기홍 김대환
과학기술부 박호군 오명
기획예산처 박봉흠 김병일
국무조정실 이영탁 한덕수
국정홍보처 조영동 정순균

참여정부 출범 후 바뀐 청와대 비서실
직 책 전 현
비서실장 문희상 김우식
정책실장 이정우 박봉흠
민정수석 문재인 박정규
정무수석 유인태 -
국가안보보좌관 라종일 권진호
국방보좌관 김희상 윤광웅
외교보좌관 반기문 -
홍보수석 이해성 이병완
대변인 송경희 윤태영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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