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애등에 배합사료 개발 주도한 이봉주 연구사
연어가 어느덧 국민생선이 됐다. 담백한 맛에 구이용으로도, 횟감으로도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어의 90% 이상은 노르웨이에서 양식됐다.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을 위해 어린물고기를 통째 갈아 만든 생사료를 썼는데 요즘엔 배합사료를 많이 쓴다. 사료의 어분 함량도 20% 내외로 줄였다. 어족 자원 고갈과 해양오염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정부도 2026년부터 생사료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배합사료 의무화는 횟감으로 많이 찾는 광어(넙치) 양식에서 2023년, 조피볼락(우럭) 양식에서 2025년부터 먼저 적용된다.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양식이 이뤄지려면 생사료 못지않은 고품질의 배합사료 개발이 필요하다. 해법은 곤충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동애등에를 이용한 배합사료를 개발해 지난해 11월 국내 사료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지난 8월 17일 부산 기장에 있는 수과원 본원에서 동애등에 배합사료 개발을 주도한 이봉주 사료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를 만났다. 이 연구사는 고품질의 배합사료를 기반으로 우수한 종자를 개발하면 우리의 넙치가 노르웨이 연어 못지않은 세계적인 인기상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료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료연구는 영양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5대 영양소(단백질·지질·탄수화물·비타민·미네랄)를 골고루 필요로 한다. 영양소별 원료 선택에 따라 체내 이용성과 사료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료연구는 양식 어류의 품질과 생산성, 어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양식산업이 발전하면 사료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음식으로 못 고치면 약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양어(양식어류)사료로 어류의 품질과 건강,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사료연구센터의 역할은 무엇인지.
“수과원 사료연구센터는 국내 유일의 양어용 배합사료 국가연구기관이다. 친환경 고효율 배합사료 개발로 양식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실현하고, 고가의 어분과 생사료를 대체할 수 있도록 사료원료와 기능성 사료 개발 연구를 수행한다. 정부의 배합사료 사용 활성화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생사료 위주의 양식사료를 100% 배합사료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배합사료 공급매뉴얼 개발과 품질관리, 안전성 연구도 수행한다. 양어용 배합사료의 영양성분을 조사하고 중금속, 농약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생사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연근해에서 잡힌 어류 중 상품가치가 낮은 어린물고기를 생사료의 원료로 사용한다. 주로 사용되는 어종은 풀치(갈치), 곤어리(멸칫과), 메가리(전갱이), 고등어, 깡치(참조기치어), 전어, 까나리, 꽁치 등이다. 생사료 원료가 연근해 어획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수자원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실제 2016년 연근해 어획량이 44년 만에 100만t 이하를 기록했다. 생사료 가격도 상승해 양식업계 경영을 악화시켰다. 생사료는 점성이 약해 냉동상태로 보관·공급하기 때문에 냉동장치 등 부대 비용이 추가로 든다. 사료 공급을 위해 물에 넣는 순간 풀어져 유실량이 많다. 이런 사료 찌꺼기가 인근 해역을 부영양화시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스마트양식이 가능하려면 사료가 자동공급돼야 하는데 생사료로는 어렵다. 수분함량이 70%라 냉동상태로만 보관할 수 있고, 자동 사료급여기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서 뭉친 상태가 된다. 생사료의 원료인 잡어는 어느 바다에서 잡혔는지 출처를 알기 어렵고, 보관과 수송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배합사료의 장점은.
“배합사료는 100℃ 이상의 고온·고압에서 만들어져 미생물 증식을 줄이고, 수분함량도 10% 내외라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물속에 10시간 이상 있어도 쉽게 풀어지지 않아 수질 안정성도 높다. 생사료는 자가사료로 분류돼 유해물질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배합사료는 사료관리법에 따라 영양성분과 유해물질 적정성을 검사받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수산혁신 2030 계획’으로 연근해 수산자원량을 기존 304만t에서 503만t으로, 스마트양식장 보급률을 5배, 양식어류 생산량을 2.3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바다 자원의 고갈을 막고, 양식업체의 경영난을 줄이고, 안전한 양식수산물을 제공하려면 배합사료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배합사료 원료로 동애등에에 주목한 이유는.
“일부 곤충은 동·식물성 부산물 또는 남은 음식물을 먹이로 이용하는데 대표곤충이 동애등에이다. 한국과 미국, 인도, 호주,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특히 유충은 다양한 부산물을 먹이원으로 하지만, 성충이 되면 물만 먹고 주 서식지가 인간의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해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해외에서는 동애등에를 유기성 물질의 정화뿐만 아니라 농어, 감성돔, 무지개송어 등의 사료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4년 축산용 사료첨가제로 개발됐다. 영양 측면에서 단백질 42%, 지방 35%의 성분을 함유하는데 특히 항균물질로 알려진 라우릭산이 지방의 38%를 차지한다. 어류의 면역성을 높이는 기능성 사료 개발에 좋은 소재이다. 사료원료로 쓰려면 대량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원료의 단가도 낮아야 한다. 동애등에의 먹이인 남은 음식물이 국내에서 충분히 공급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국내 몇몇 업체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대량생산한다. 유충의 사육기간이 10일 내외로 짧아 타 곤충과 비교해 생산비용도 1㎏당 4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국내에 연간 8조7000억원 규모의 음식물쓰레기가 나오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만 약 2조원에 달한다. 동애등에를 사료자원으로 활용하면 환경을 보호하고, 사료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다른 유용한 사료 후보 원료들이 있는지.
“사료원료로 영양적 가치를 지니고, 체내 이용성이 높아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며, 수급이 용이해야 한다.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원료라면 유용한 사료자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분이 사료원료로써 가장 중요하게 이용되는데 이를 대체할 원료개발이 중요하다. 사료연구센터는 2016년 어분 함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고, 현재 축산부산물, 가금(닭) 부산물, 농축대두단백, 밀글루텐 등 유용한 후보 원료를 발굴했다. 어류의 소화율과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성 유용 미생물과 첨가제도 개발하고 있다. 2016년 넙치용 사료 내 어분 함량이 70%였는데 45% 정도로 낮췄다. 2025년엔 20%로 낮출 계획이다.”
-넙치에 배합사료 의무화를 우선 적용한 이유는.
“주요 양식어종은 10여종인데 넙치가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대표 양식어종이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와 질병으로 넙치 양식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간과 인력,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민 횟감인 넙치를 건강하게 키우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연구를 집중했다.”
-기후위기가 양식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엘니뇨와 지구온난화 같은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각국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양식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수년간 고수온에 의한 양식 어류 폐사가 증가했는데 양식어업인들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이를 먼저 체감하고 있다. 어류양식 생산성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료를 포함한 양식산업 관련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준다.”
-지속가능한 양식은 어떤 의의가 있는지.
“지구를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이 오염시키는 행위보다 적극적이지 않다면, 결국에는 우리의 배설물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을 통한 글로벌 산업의 체질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양식산업계도 이를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지속가능성과 수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23년부터 배합사료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생사료 사용은 어획량 급감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안정적인 사료자원 확보와 사료 생산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양식을 위해 국제양식관리협의회(ASC) 인증 도입 등 친환경 양식어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양식산업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체질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민간과 산학연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벤치마킹하는 국가가 있나.
“가장 많이 예를 드는 국가가 노르웨이다. 축산업을 하기 어려워 모든 인력풀이 양식 산업에 집중된 특이한 국가다. 노르웨이 연어의 경우 초반에 생사료를 많이 먹였다. 어분 함량도 50%에 육박하는데 지난 20년간 어분 함량을 줄이는 연구를 지속해 지금은 20% 내외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노르웨이 연어를 벤치마킹해서 지속가능한 사료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단순히 사료에만 적용한 게 아니라 우수한 형질을 교배해 이 형질이 계속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육종 기술과 질병제어도 연구했다. 종자와 백신, 사료라는 세 분야에서 중점 연구를 했다. 국내 어류양식 생산량은 연간 약 11만t 규모인데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만 100만t 규모이다. 전량 배합사료로, 양식으로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만들었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외국에서는 연어뿐만 아니라 대구 같은 흰살생선도 각광받고 있다. 넙치는 횟감으로도 뛰어나지만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다. 동남아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우리 사과와 배가 엄청난 고가에 팔린다. 넙치의 품질을 높인다면 이런 한류 열풍을 따라 세계 무대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향후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곡물은 식량 외에 사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식량안보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곡물 생산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사료원료의 개발과 공급이 중요하다. 사료연구센터가 2018년 동애등에의 어분대체연구 실험을 한 결과 생사료를 먹인 군에 비해 곤충배합사료를 먹인 넙치의 중량이 17%, 생존율은 20% 더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곤충배합사료로 친환경적인 양식어류를 생산해 양식어가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다음 세대를 위해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좋은 모델이 됐다고 자부한다. 제2의 곤충배합사료를 개발해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사료연구를 이어가고 싶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