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인 저에게 스타트업과 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스타트업과 법은 서로를 잘 모릅니다. 심지어 법이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은 스타트업을 모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행정기관 관료들이 스타트업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도 법을 잘 모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당장 아이템을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주요 과제이며, 생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창업 초기에 법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은 어렵고 멀게 느껴집니다.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려 해도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도 모르겠고, 비용도 상당히 부담됩니다. 괜찮겠지, 나중에 회사가 좀 더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 그때 챙겨도 되지 않을까 하며 미루게 됩니다.

우리나라 법은 기본적으로 포지티브 규제 방식, 즉 법에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과 그 세상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한 채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를 규제하는 일이 잦습니다.

A스타트업은 미국에 있는 사업모델을 국내에 첫 도입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투자하여 앱까지 개발했습니다. 런칭을 앞두고 ‘그런데 이 서비스, 문제 있을 것 같은데?’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설마,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문의했습니다. 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업모델은 미국법상으로는 허용되나 우리나라 법상으로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A스타트업은 결국 시작도 못 한 채 멈췄습니다.

B스타트업은 ○○○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었고, 투자유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에 대해 상표권을 먼저 출원했고, B스타트업에 ○○○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청구했습니다. B스타트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으로 쌓은 인지도와 신뢰는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결국 투자유치의 기회를 놓쳤고 폐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C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으면서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경영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투자자에게 50% 이상의 지분을 주었는데, 결국 창업자는 C스타트업에서 쫓겨났고 창업자가 없는 C스타트업도 망했습니다.

초기에 사업모델이 법적으로 문제없는지 검토를 했더라면, 바로 상표권 출원을 했더라면, 투자유치 시 충분한 법률 자문을 받았다면 막을 수 있던 일입니다. 모두 법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합니다. 실제로 법을 몰랐다는 주장은 법원이나 행정기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법을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변호사에게 검토를 의뢰하는 것이나,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내부에 법무 담당자를 지정하고 기본적인 법률 이슈를 점검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주로 문제가 되는 주요 법률 이슈로는 ① 설립 시에는 사업 아이템의 적법성 검토, 정관 검토, 동업자 간 계약서 작성 이슈가, ② 임직원 채용 시에는 근로계약, 위임계약, 취업규칙, 스톡옵션, 영업비밀 이슈가, ③ 투자유치 시에는, 지분율, 발행조건, 투자계약서 검토 이슈가 있습니다.

법은 게임의 규칙입니다. 축구에서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스로잉 상황을 제외하면 손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상대 선수를 잡거나 손을 이용해 공을 건드리면 안 되고, 오프사이드가 금지되는 것 등은 축구선수이면 누구나 지켜야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강혜미 스타트업·M&A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