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감각 및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이 뇌에서부터 얼굴로 나아가게 되는데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을 안면신경이라고 하고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을 삼차신경이라고 합니다.

세상에는 참 신기한 병들이 많습니다. 그 많은 병 중에 비교적 흔한 병으로는 안면 경련과 안면통(삼차신경통)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하나는 한쪽 얼굴에 떨림증상이 지속되는 병이고, 다른 하나는 심한 통증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병입니다. 이 병은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죽는 병은 아니지만 당사자는 아주 괴로운 병입니다.

안면 경련증 환자들은 주로 눈 주위 및 볼의 근육이 불수의적으로 씰룩거리게 되는데, 자기가 귀신에 씌었다고 굿을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다른 사람이 쳐다보는 것이 신경이 쓰여 바깥출입을 못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안면 경련이 있으신 분들은 경련 때문에 정신집중이 안 되고 일상 업무에 심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안면통(삼차신경통)은 주로 턱 주위 또는 눈 옆 이마부위에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이 발작적으로 심하게 나타나게 되는데, 어떤 분들은 (사실 드물지 않게) 치아의 문제인 줄 알고 치과에 가서 발치를 하기도 합니다. 이 통증은 아주 극심한 경우가 있어 통증에 못 이겨 자살을 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 병들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신기하게도 이 병들의 원인은 아주 간단한 곳에 있습니다.

얼굴의 감각 및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이 뇌에서부터 얼굴로 나아가게 되는데,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을 안면신경이라고 하고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을 삼차신경이라고 합니다. 이 신경들은 귀 뒤에 있는 뇌에서부터 생겨나서 얼굴로 갑니다. (사실 두 신경은 뇌의 멀지 않은 부위에서 생겨 나갑니다.) 이 신경들의 줄기가 뇌에서 나가게 되면 다른 대부분의 신경들처럼 피막이 씌워져 얼굴로 가게 되는데, 뇌에서 나가는 시작부위는 이 피막이 완전치가 않아 자극에 민감하게 됩니다. 이 부위를 신경이 뇌로 들어오고 나가는 부위라고 하여 신경진출·입부라고 합니다. 한편 뇌의 표면에는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많은 혈관들이 뇌를 둘러싸고 있는데, 우연히 이들 혈관 중에 어떤 것이 이 신경진출·입부 근처에 있으면서 맥박이 뛸 때마다 신경을 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일어나면 예민해진 신경이 혈관의 가벼운 자극에도 과도한 반응을 일으키게 돼 그 작용으로 얼굴에 비정상적인 근육운동이나 통증을 느끼게 되는 병입니다. 귀신에 씐 것도 아니고 팔자소관도 아닌 것입니다.

이 병들은 증상은 다르게 나타나지만 원인 기전이 같은 질환으로 가히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이 병들은 비교적 흔하고 오래도록 있어 왔던 병으로, 물론 치료도 다양한 방법으로 해 왔습니다. 약물치료로 진정제나 진통제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안면 경련의 경우에는 요즘 인기 있는 보톡스를 쓰기도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방사선 수술, 고주파 수술을 이용한 치료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원인을 제거하는 현미경 수술방법입니다. 현미경 수술을 통해서 신경을 계속 때리고 있는 혈관과 신경 사이에 충격 흡수제를 끼워 신경에서부터 혈관을 비켜주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보편적인 수술방법으로 신경외과 수술 중에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입니다. 약 2~3시간의 수술로 대부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약 9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 가장 권장되는 방법입니다.

안면 경련, 안면통! 고민하실 병이 아니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병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신경외과에 와 의논해 주십시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김상균 강북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