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태블릿 PC에서 메이저리그 야구게임 하나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고 있다. 당신이 보는 것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회의에서 이뤄지는 연설이어도 좋다. 당신이 사용하는 전력이 얼마나 될까. 자가용으로 약 48㎞를 달리는 것과 같은 양의 에너지가 쓰인다. 말도 안 된다고? 그럼 당신의 스마트폰이 주방에 있는 냉장고보다 전력을 더 소모하고 있다고 한다면? 당신에게 데이터를 보내고, 저장하고, 운반할 데이터 센터나 전송케이블 등 인프라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그만한 전력이 든다면 이제 이해가 되는가.

에너지 전문가인 마크 P 밀즈는 지난 5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우리가 유무선 인터넷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이 필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환경문제와 연관시킨다”고 적었다. 기술집약적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산업의 규모가 불어나면서 이를 지탱하기 위해 많은 화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와 함께 시작된 인터넷>의 저자이기도 한 밀즈는 1999년에 이미 “인터넷과 관련한 도구들을 만드는 데 미국 전체 전력량의 8%가 필요할 것”이라며 “그 성장세로 봤을 때 인터넷은 미국 전체 전력 수요량 증가폭의 절반 또는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 센터 운영이 환경 오염
특히 6월 초 애플이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하는 등 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PC 등과 같은 개별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 센터에 저장했다가 인터넷을 통해 불러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떠오르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고, 저장 공간 수요는 물론 전송 등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는 상태다. 그만큼 필요한 전력량도 함께 늘어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기준으로 클라우드 컴퓨터를 국가 전력 소비량 규모로 환산하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이어 5위 국가에 해당한다. 미 환경보호청은 2010년 기준으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미국 전체 전력량의 1.5% 정도로, 향후 5년 안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도 16㎢ 규모의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밸리가 지난 6월 18일 공사에 들어갔다. 과연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 전송에 에너지가 얼마나 소모되고, 그렇게 사용되는 데이터는 과연 깨끗한 걸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의 제목도 바로 ‘당신의 데이터는 얼마나 더러운가 (How Dirty Is Your Data?)’이다. 그린피스는 이 보고서에서 9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에너지 이용실태를 조사해 성적표를 내고 이들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원자력 발전 등 과거의 발전 방식으로 데이터 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인터넷 기업은 설비의 측면에서 낙제점인 F를 받았다. 애플의 경우 데이터 센터의 54.5%, 페이스북은 53.2%, 트위터는 42.5%의 전력을 화력을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클린 에너지 지수에 따르면 클린 에너지 비율은 애플 6.7%, 페이스북 13.8%에 그쳤다. IBM의 경우도 화력 집중도가 51.6%인 반면 클린 에너지 비율은 10.9%에 불과했다.

그린피스는 특히 톡톡 튀는 참신함과 혁신의 상징인 애플이 환경보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애플은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메이든에 건설하고 있는 50만평방피트(약 4만6452㎡) 규모의 아이데이터 센터를 건설키로 했는데, 이곳은 61%의 화력, 31%의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춰볼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싼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을 뿐 환경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신사옥 건설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한 자가 발전소를 갖추고 일부 데이터 센터도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변화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오리건주(건설 중)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페이스북 데이터 센터도 그린피스로부터 애플과 같이 화석연료 사용을 비롯한 환경오염과 관련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페이스북이 미국 전역에 보유한 10개 이상의 데이터 센터는 전 세계 6억명이 주고 받는 쪽지, 담벼락 글, 사진 등을 담는 거대한 저장소다. 오리건주의 데이터 센터에서는 방출되는 열을 재활용해 사무실 난방으로 이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접근을 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에너지 효율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운영비용도 줄일 수 있다. 천연가스, 풍력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도 활용된다.

야후·구글 클린에너지 비율 후한 점수
야후와 구글은 55.9%와 36.4%의 클린 에너지 비율로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구글은 데이터 센터 입지를 선정할 때 탄소 배출과 관련한 잠재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을 도입해 풍력과 태양력을 이용하고 있고, 야후는 ‘탄소 중립 정책’을 택해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이터 센터 이외에도 전력이 소모되는 분야는 많다. 밀즈는 지난 5월 포브스 기고문에서 데이터 전송을 하는 데에도 데이터 센터에서 소모되는 양만큼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기계 자체를 만드는 것 역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라고 밀즈는 말한다. 무게 1파운드짜리 책 한 권을 만드는 것보다 1파운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만드는 데 35배의 전력이 드는 셈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스마트폰 사용도 멈출 수 없으니 그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데이터 센터의 꽁꽁 감춰뒀던 ‘비밀’을 공개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것이 에너지 전문 블로거인 피터 저지가 에너지 관련 단체들에 밝힌 평가다. 페이스북은 무정전 전원공급장치를 통해서 배급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현재 35%에서 15%까지 줄일 수 있고, 미국 35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근본적으로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기업의 논리다.

피터 저지는 디지털 이용자 즉 소비자 역시 책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데이터를 사용하기 전 환경비용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을 선택하라”고 말이다.

<이지선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j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