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 10월 중순 내내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장악한 단어였다. 사실, 러버덕은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인터넷에서 유명했다. 유명했던 것은 사고 때문이었다. ‘교각에 머리를 부딪혀’, ‘바람 빠진 러버덕’이 마치 한 사건처럼 묶여 인터넷에 돌아다니지만 각기 일본과 홍콩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10월 14일 실검에서 러버덕의 인기는 절정을 이뤘다. 왜일까.

이날 바람이 빠져 러버덕 머리가 고꾸라져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언론도 앞다퉈 다뤘다. 누리꾼들은 자연스럽게 과거 일본과 홍콩에서 벌어진 사고를 떠올렸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알려진 것처럼 러버덕은 네덜란드 출신의 공공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이다. 그런데 하필 수위 저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석촌호수일까.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보도자료를 보면 이 행사의 주최는 송파구청과 롯데월드몰이 했고, 주관은 홍보기획사 앰허스트, 그리고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롯데월드몰, 그러니까 제2롯데월드가 돈을 댔기 때문에 석촌호수에? 공식 사이트에 보면 “러버덕은 국경도 경계도 없고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호프만의 말이 언급되어 있는데, 자본의 ‘입김’은 작용하는 걸까.

‘사고’가 있었던 14일, 주최로 언급되어 있는 송파구청 쪽에 문의했다. 담당자는 막 현장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러버덕 안에 선풍기가 두 대 있어요. 계속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한쪽 선풍기에 문제가 생겨서 선풍기 교체작업을 했어요. 한 시간 반만 있으면 완료될 것입니다.” 송파구청은 어떤 기여를 했을까. 이 관계자는 특별하게 후원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석촌호수의 관리 지자체가 송파구이고 하다보니까…”라며 주관한 홍보기획사에 문의해 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홍보기획사가 내놓은 설명은 처음엔 한강과 석촌호수, 일산호수공원 등을 후보지로 놓고 고민했다는 것. 한강은 “유속이 너무 세서” 조기에 탈락했고, 360도로 뷰가 보이는 곳으로 적합한 곳이 석촌호수라 그렇게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후원으로 되어 있는 네덜란드대사관도 작가의 출신 국가이기 때문에 오프닝 행사 때 참관하는 것 이외에 딱히 기여하는 것은 없다. 결국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액을 후원한 쪽은 롯데월드몰, 제2롯데월드가 맞다.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송파구청도 배너나 조명 같은 것을 협조해줬고, 전기 끌어오는 일도 큰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큰 규모인데 송파구 문화예술과에서도 많이 협조를 해줬습니다.” 그렇다고 치자. 작가도 석촌호수 수면 저하와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논란’을 알고 있을까. “모르지는 않을 거예요. 원래 상업성을 띤 데서는 전시를 안 하시는 분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진행될 것이고, 앞으로도 이어갈 겁니다. 아트상품도 작가 사인이 들어가는 오리모형 하나밖에 없어요. 판매수익금을 일괄기부 형식으로 하게 되어 있고요.”

물어본 것은 그게 아닌데. 뭐 그렇다고 하니, 여기까지만 하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