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준석 혁신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에 나타났던 국민의 분노가 허탈 단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최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 직후에 관피아 척결 등 정부의 일련의 개혁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특히 세월호 참사가 ‘유병언 문제’로 옮겨가면서 본질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내에서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김 대표만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오른쪽에 있다”며 “대권주자가 되려면 중도층을 흡수하는 등 확장성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할지 아직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고 있는 이준석 위원장은 지난 2012년 1월 26살의 나이로 새누리당 비대위에 참여했다. 그는 대선 이후 정치활동을 하지 않다가 새누리당이 다시 위기에 빠지자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 위원장으로 복귀했다.

7·30 재·보선에서 야권이 참패를 했다. 최근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야당을 압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7·30 재·보선까지 세 번의 선거를 경험했다. 선거 현장에 가면 승리할 수 있을지, 패배할지 느낌이 온다. 지난 재·보선에서는 경기 김포와 평택에서 선거지원을 했다. 두 지역에 가보니까 확실히 기존 정치인보다는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지역공약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두 지역에서 새누리당 신진후보들이 야권의 거물 정치인에게 승리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이준석 위원장에게도 재·보선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는데, 왜 나가지 않았나.
“새누리당은 재·보선 때마다 나에게 출마하라고 권유한 것 같다. 지난 2013년 4월 재·보선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당선했던 서울 노원병에 나가라고 했었다. 당시에는 출마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노원병 지역은 내가 태어나서 10년 동안 살았었고, 정치를 한다면 그 곳에서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민 끝에 포기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경기 수원과 김포에 나가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 지역에 연고도 없고 그래서 처음부터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만약에 출마했으면 야당에서 ‘낙하산 공천’이라고 비판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패배 이후 ‘박영선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초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와 비교해 볼 때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평시보다는 전시에 리더십을 더 발휘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때와 2011년 말 디도스 사건, 돈봉투 배포사건 때 당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서 개혁을 성공시켰다. 당시에는 새누리당이 워낙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의원들도 개혁작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총선 공천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권한도 막강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박영선 위원장은 마지못해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모든 권력이 박 위원장에게 집중된 상황도 아니다. 박 위원장을 보좌할 신진세력도 없다. 아마 ‘박영선 비대위’가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

최근 혁신위가 선거에 출마하는 자와 당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제도를 강화하는 안을 냈는데.
“우리 사회의 장관 등 정부 부처 인사들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엄격해졌다. 이런 국민의 요구는 국회와 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야는 전과자를 공천하기도 했다. 여야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공천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조폭이 서울시 구의원이 되겠다고 2000원씩 6개월 동안 당비를 내고, 조직원 100명의 도움을 받으면 경선에서 승리해 새누리당의 후보가 될 수 있다. 사전에 공직 출마자에 대한 검증을 엄격히 하지 않으면 정당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여야는 공천을 선거 한 달 전이나 심지어는 후보등록 2∼3일 전에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있는 사람을 걸러낼 수 없다. 새누리당은 인사검증기구를 만들어 상설화하거나 선거 6개월 전에 가동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번 혁신위가 과거와 달리 권한도 없고 역할도 제한적이어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언론이 얼마나 호응해주느냐에 달려 있다. 혁신위는 도덕성과 정당성을 갖고 있다. 인사검증 강화 등 혁신위가 옳은 길로 가고 있는데 혁신위안을 당 지도부 또는 국회의원들이 거부하면 당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혁신위는 국회의원 모임 등 당내 모임에 가서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것은 당과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최근 앞으로 “당론 투표를 하지 않겠다”,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보나.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은 진정성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김 대표는 18대, 19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당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비민주적인 공천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당론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론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또한 파트너인 야당과 협조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정치력도 중요하다.”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김 대표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
“김무성 대표가 최근 대선주자로까지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김 대표만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보수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진보의 가치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 기존의 보수 스탠스에서 좌클릭해서 복지 등을 강조함으로써 ‘따뜻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보다도 오른쪽에 있다. 진성보수에 가깝다. 대권주자가 되려면 중도층을 흡수하는 등 확장성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할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인사 난맥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지난 2011년 12월에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것도 전형적인 ‘깜짝 인사’였다. 하지만 총리, 장관 등 공직자들은 ‘깜짝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인사에 앞서 우선 언론의 검증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문창극 총리후보자도 조금만 일찍 언론에 하마평이 나왔으면 웬만한 것은 다 검증됐을 것이다. 인사 난맥상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누군가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김기춘 비서실장 선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책임이 불명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2030 국회의원으로 새누리당에는 김상민 의원, 새정치연합에는 김광진·장하나 의원이 있다. 이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해본다면.
“세 의원 모두 2030을 대변하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고 각 당에서 존재감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로 출마했을 때 당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했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지역에서 3선 이상을 했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