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마약견 세계 최고 이유 있었네

2005.05.17

관세청 마약탐지견센터를 찾아서… 뛰어난 조련기술 세계가 벤치마킹

지난 3월 16일 오후 8시쯤 인천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도착한 비행기의 기탁화물을 조사하던 마약탐지견 제이크가 이상반응을 보였다. 헐떡거리던 입을 다물고 냄새를 맡는데 집중한 것이다. 이상하다고 느낀 인천공항세관 여객청사 핸들러 황운용씨(39)는 화물 검사를 의뢰했다. 살펴본 결과 가방 안에서 향정신성 의약품 S정 23정이 발견됐다. 화물의 주인인 20대의 일본 여성은 인천을 경유해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마약탐지견이 S정을 발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S정이 마약이 아닌 향정신성 의약품인 까닭에 탐지훈련을 받지 않아서다. 하지만 S정과 MDMA(엑스터시)에는 동일한 성분이 들어 있다. 제이크는 그 미약한 냄새를 맡고 S정을 탐지해낸 것이다.

탐지 후보견 수입 않고 직접 생산

사실 우리나라 마약탐지견의 우수한 능력은 마약사범까지 인정했을 정도로 뛰어나다. 지난해 7월 9일 오전 5시쯤 미국 LA에서 출발한 여객기의 기탁화물을 탐지하던 마약탐지견이 반응을 보였다. 정밀검사한 결과 가방 밑바닥 의류 속에 숨긴 대마초 3.4g을 발견했다. 서커스 단원이던 가방 주인은 깜짝 놀라며 “공연 도중 고소공포증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커스 공연 때문에 여러 나라를 방문했지만 한국세관 탐지견만큼 우수한 탐지견은 처음 봤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한번도 탐지되지 않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탐지된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마약견의 우수함을 배우기 위해 태국과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12개국의 세관이나 주한 미합동사령부 등 국내외 기관 여러 곳에서 벤치마킹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마약탐지견은 어떤 훈련을 받기에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마약탐지견을 훈련하는 곳은 관세청 마약탐지견 센터가 유일하다. 센터가 우수한 마약탐지견을 ‘생산’하기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선 품성이 뛰어난 개를 선택하는 작업이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탐지견을 사왔지만,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 관세청 마약탐지견 센터는 탐지 후보견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소유력이 강하고 혈통이 좋고, 친화력이 있으며 인내심과 강인한 체력 등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센터는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모견을 선정한다. 품종으로는 대개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80% 정도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골든리트리버, 코카 스파니엘 등이다. 이중 골든리트리버는 긴 털 때문에, 검정색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여객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노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대체하는 중이다.

센터는 강아지가 태어나면 3개월까지는 발육에 신경을 쓴다. 마약탐지견으로 만들기 위한 ‘영재교육’은 3개월이 지난 뒤부터 시작된다. 체력단련, 사회화 등의 훈련이 시작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약에 흥미를 갖게 하는 훈련이다. 마약에 관심이 없다면 일반 애견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마약탐지 훈련은 놀이로 시작하는데 ‘더미’라고 불리는 흰색 수건뭉치를 이용한다. 핸들러가 던진 더미를 강아지가 물고 오면 칭찬해주고 함께 놀아준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강아지는 더미를 보면 핸들러와 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올해 1월에 태어난 강아지 12마리가 이 과정에 있다.

이 과정이 완성되면 더미 안에 마약을 조금씩 집어넣는다. 훈련은 냄새가 강한 대마초에서 냄새가 약한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순으로 진행된다. 핸들러는 마약을 집어넣은 더미로 비슷한 훈련을 계속한다. 결국 훈련견은 마약 냄새가 있으면 더미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마약에 반응을 보인다. 훈련과정에서 핸들러는 훈련견이 마약냄새에 반응을 보이면 더미를 던져주고 개와 함께 놀아주는 것으로 보상을 한다. 이는 탐지견의 일생 내내 계속된다. 결국 탐지견에게 마약 탐지는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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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히로뽕 순으로 냄새 훈련

기초 훈련이 끝나면 자갈밭 탐지훈련 등 응용훈련에 들어간다. 자갈밭 탐지훈련은 탐지견 양성에 중요하다. 자연 그대로의 땅인 자갈밭에 마약을 숨기는 경우를 위해 순수한 마약 냄새를 기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훈련견의 입장에서는 자갈을 파헤치는 재미도 있다. 마약을 묻는 깊이를 다양하게 해 난이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품성이 안정되지 않은 훈련견의 경우, 걷기 힘든 자갈밭에서 훈련을 반복하는 과정에 침착해진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자갈밭 탐지훈련이 끝나면 모래밭 탐지훈련으로 들어간다. 입자 사이의 공간이 적은 모래의 경우, 마약 냄새가 올라오기 힘든 까닭에 자갈밭 훈련보다 더 어렵다.

이와 함께 각종 탐지 훈련도 이뤄진다. 이는 지금까지 적발된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지금까지 세관은 신체를 이용한 수법 뿐 아니라 땅콩버터, 장난감, 소형액자, 땅콩잼, 커피봉지, 비타민병, 바셀린통, 라면봉지, 된장뭉치, 연하장 테두리, 플라스틱 용기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는 밀수수법을 적발했다. 훈련장에서는 마네킹과 세트 등을 이용해 탐지훈련을 실시한다. 현장에서 훈련하는 경우, 훈련은 실제상황과 똑같이 이뤄진다. 일반인을 가장해서 신체나 화물에 마약을 숨긴 뒤 입국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탐지견과 함께 있는 핸들러조차 어디에 마약을 숨겼는지 모른다. 탐지견이 임무를 완수하면 ‘더미’로 보상한다.

훈련센터는 다양한 밀수수법 상황을 만들 때, 은닉한 뒤 6시간이 지난 상황으로 가정한다. 가장 가까운 밀수처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6시간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우선 상대국 근거지에서 마약을 숨기고 근처 공항으로 이동해 수속하는데 30분~1시간이 걸린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지체하는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으로 잡는다. 체공시간은 3시간, 인천에 도착 뒤 체공시간을 30분 정도 잡는다. 마약을 밀봉한 비닐봉지에 담아도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배어나오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난 뒤의 냄새로 훈련을 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시간이 6시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마를 넣은 봉지는 밀봉한 상태에서도 상당한 냄새가 났다. 이밖에 숙달훈련을 하는데 훈련자가 밀수자가 돼 지금까지 적발되지 않은 사례를 가정, 훈련을 진행한다.

냄새가 가장 강한 대마초를 바탕으로 한 훈련이 끝나는 시점인 8주차에서 마약탐지견으로 적합한지 평가를 한다. 불합격한 훈련견은 3번까지 재교육을 받는다. 만약 3번 불합격되는 경우, 훈련견은 일반에 입양된다. 여기서 합격한 훈련견은 8주간의 심화훈련을 거친 뒤 최종평가를 거쳐 마약탐지견이 된다.

초기에는 순수한 마약 냄새를 가지고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잡스러운 냄새가 섞이면 안되기 때문에 훈련센터는 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예를 들어 더미를 빨 때에는 세제를 넣지 않고 빨고, 마약을 넣은 더미를 빨 때에는 마약별로 다른 세탁기를 사용하는 식이다. 또 다 마르지 않으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핸들러도 훈련에 임할 때에는 비누나 화장품 등을 쓰지 않는다.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핸들러의 옷을 빨 때도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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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육로 밀수 대비 훈련 계획

마약탐지견으로 인정받게 된 뒤에는 순수한 마약 냄새를 잊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잼이나 초콜릿 등에 섞인 마약을 적발하면서 이 냄새를 순수한 마약 냄새로 인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훈련센터는 일반 여행객의 협조를 얻어 신체나 화물에 마약을 숨기고, 찾아내는 훈련을 한다.

처음부터 소량의 마약을 가지고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탐지견은 소량의 마약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공항보다는 국경에서 차를 이용한 마약밀수가 극성을 부리는 까닭에 마약탐지견을 훈련할 때 다량의 마약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마약탐지견보다는 약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대신 ‘차떼기식’ 밀수에 대비해 현금 냄새를 맡는 탐지견 20여마리가 배치됐다고 한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마약이 소량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훈련한다. 그래서인지 인천공항세관의 마약 밀수 적발률은 2001년 4건 이후 지난해 25건으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5월 4일까지 10건을 적발했다.

하지만 마약탐지견만으로는 모든 마약밀수를 적발할 수는 없다. 한 마리의 탐지견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때는 탐지를 시작한 뒤 15분~30분 사이다. 30분 이후에는 탐지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한번 탐지한 뒤에는 1시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까닭에 세관측은 선택과 집중을 한다. 다양한 기법을 통해 가능성이 있는 여객기와 화물기를 지정, 검사하는 것이다.

요새는 마약을 숨기는 수법이 날로 다양해져서 마약탐지견도 모호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호신용 스프레이를 이용해 마약냄새를 숨기는 사례도 있다. 원래 탐지견은 마약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냄새가 이상하거나 싫어하는 냄새일 경우 반응이 달라진다. 이 경우 개가 싫어하는 뱀이 주변에 없다면 마약 은닉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반응은 탐지견마다 다르기 때문에 탐지견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핸들러가 미묘한 변화를 알아채야 한다. 이런 훈련은 훈련과정에서 시작된다. 까닭에 훈련센터는 마약견뿐 아니라 핸들러까지 훈련하는 셈이다.

훈련센터는 통일 뒤의 마약밀수도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배와 항공기를 이용한 밀수에 대한 훈련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육로를 통한 마약밀수도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도 차량 탐지훈련을 실시하지만 열차를 이용한 밀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훈련센터는 훈련시설로 열차도 도입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세관 마약탐지과 배성태 계장은 “미국의 훈련장은 효과적인 훈련을 위해 비행기까지 도입했다”며 “우리도 미래를 대비한 탐지견을 배출하기 위해 열차를 2량 정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재용기자 j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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