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의 눈

일꾼들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2019.09.30

[장하나의 눈]일꾼들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정치인을 향한 팬덤 문화는 만고에 쓸모가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된 것처럼 그들이 가진 정치권력은 결코 그들 고유의 것이 아니며 우리가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 즉, 그 권력은 본디 내 거, 우리 거다. 그들이 선거철마다 자칭 ‘일꾼’이니 ‘머슴’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도 100년 전 목숨을 내놓고 만민의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은 3·1의 이름 없는 영웅적 시민들과 민주공화정을 표방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의 피, 땀,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꾼을 섬기고 일꾼에 조아리기도 한다. 100주년을 맞아 우리 이제 더 이상 그러지 말자.

내가 식당의 주인이라고 상상해보자.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해 소소하게 운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백종원도 울고 갈 요식업의 모차르트 같은 직원을 채용한다. 팔자에 없는 대박집 사장이 되어 집 사고 땅 사고 그 직원이 너무 고마워서 연봉을 올려주고 차도 뽑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잘해도 사장이 직원한테 인감도장에 통장까지 내주지는 않는 법이다. 사장이 가게 내팽개치고 돈이나 쓰러 다니면 쪽박집 되는 것도 하루아침이다. 오너면 오너답게 해야 할 일이 있고 지켜야 할 자리가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오너다. 그게 헌법 제1조다.

일꾼들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정치인도 주인 행세, 판·검사도 주인 행세, 공무원은 더더욱 주인 행세를 한다. 말은 번드르르, 뽑아 주시면 백종원 뺨치게 일하겠다더니 계란프라이도 제대로 못 부치는 정치인들에게 카운터를 맡긴 진짜 주인들 책임도 크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쪽박 찬다’고 일찍이 초등학교부터 가르치지 않는 건 더 큰일이다. 주인들이 일꾼의 팬덤이 되어 ‘저희를 잘 다스려 주세요. 저는 일꾼님만을 믿어요’라고 해서는 가게가 잘 돌아갈 수 없다. (분명 내 가게 일인데 뒷짐 지고 일꾼들 흉이나 보는 주인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요새 가게 꼴이 말이 아니다. 일꾼들이 주인 눈치도 안 보고 진흙탕 싸움 중이다. 누가 더 염치없는지 겨루는 것 같다. 망하거나 말거나 꼴도 보기 싫을 정도지만 이런 때일수록 주인이 나서야 한다. 이러라고 일자리 준 게 아니라고 일갈해야 한다. 누가 진짜 주인인지 일깨워줘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장 큰 과오는 (특히 젊은 세대로 하여금) 정치혐오를 부추긴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더니 “또 병이 도졌네. 장하나 아직도 탈당 안했냐?”며 난리도 아니다.

그러나 조국 장관의 표리부동함을 보며 정치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정당 기득권자들은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외면하더니 하필 조국 장관 사퇴를 위해서 삭발 릴레이를 감행해 정치혐오에 기름을 붓고 있다. 조국 사퇴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향해 일베, 뉴라이트 운운하는 자칭 진보인사들. 검찰개혁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조국 장관의 과오까지 감싸 안아야 한다는 무리한 논리들. ‘당신은 조국 편이냐? 삭발인 편이냐?’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정치혐오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이 필요합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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